노동신문, 왜 갑자기 ‘선배 존경하자’고 나오나?

10일자 노동신문은 ‘우리 인민의 고상한 도덕 풍모를 활짝 꽃피우자’는 사설에서 사회의 단합과 화목의 기초로 되는 예의범절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혁명선배들을 존대하고 그의 자손들을 잘 돌봐주고, 청소년 교양에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이 왜 갑자기 선배를 존경하자고 나왔을까. 지금 북한은 예의범절이 땅에 떨어졌을까?

◆ 요약

– 예의도덕을 떠나면 사회주의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동지들 사이의 관계와 집단의 단합과 화목을 공고히 할 수 없다.

– 혁명선배를 존대하고 그들이 남기고 간 가족과 후대를 잘 돌봐주는 데서도 도덕 의리를 다해야 한다.

– 온 사회에 고상한 도덕기풍이 차 넘치게 하자면 당 조직이 당원과 근로자, 청소년 속에서 사회주의 도덕교양을 강화해야 한다.

◆ 해설

노동신문이 예의범절을 강조한 이유는 지금 북한사회가 직면한 비도덕적 상황의 반영이기도 하다.

북한은 1967년 ‘갑산파’ 숙청을 계기로 뿌리깊게 내려오던 봉건도덕교양과 유교도덕관념을 없애고 이른바 ‘공산주의 인간’ 육성의 공산주의 도덕교양을 벌여왔다.

1977년 발표된 사회주의 교육테제는 ‘학생들을 혁명적 세계관이 서고 공산주의적 인간의 사상•도덕적 풍모를 갖춘 혁명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테제에 명시된 정치사상 교양 내용을 보면 주체사상교양, 당 정책 교양, 혁명전통교양, 공산주의 혁명교양으로 되어 있다. 공산주의 혁명 교양은 공산주의 이념, 특히 노동계급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소학교 교재에 ‘공산주의 도덕’(공덕) 과목이 생겨나고, 항일빨치산들의 공산주의사상으로 학생들을 어릴 적부터 세뇌시켰다.

도덕교양 소홀, 체제붕괴 위험요소

90년대 식량난은 주민들 사이에 도덕이 추락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경제생활의 궁핍은 정신도덕 생활의 궁핍으로 이어졌고, 체제유지의 기초인 도덕의식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희석시켰다.

먹을 것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는 현상은 보편적인 일로 되었다. 사회 공공질서가 사라지고 무질서가 횡행하고, 강도, 절도, 사기와 같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주민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디디고 올라서야 했다.

80년대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경제적 낙후가 가져온 사회현상이었다.

노동신문이 도덕문제를 새삼 심각하게 들고 나온 이유는 무질서와 각종 범죄가 체제붕괴의 위험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 지금과 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치할 경우, 간부계층 등 현 기득권들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이후 95년 12월 25일 ‘혁명선배를 존대하는 것은 혁명가들의 숭고한 도덕 의리이다’는 글을 발표, 이른바 혁명선배들을 존대하는 운동을 전 사회적으로 벌인 바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