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논평원 글’은 당국 공식 입장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거론하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을 총체적으로 거부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논평원의 글’은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형식이나 과거 전례 등으로 미뤄 북한 당국의 공식입장으로 보인다.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 일부에선 북한이 신문의 ‘논평원’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퇴로를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글이 노동신문의 ‘사설’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 공식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탈북자는 “사설이나 정론은 북한 내부용”이라며 “남한이나 미국, 일본 등을 상대로 한 비판이나 입장 표명을 사설이나 정론 등을 통해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이 매일 같이 쏟아내는 일반적인 대남.대외정책관련 입장 표명은 대부분 논평원 개인 이름을 적시한 논평이나 논설 형식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주요 사안에 대해선 논평원의 이름을 명기하지 않고 ‘논평원’이라고만 밝힘으로써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임을 분명히 한다.

노동신문이 2000년대 들어 개인필명을 밝히지 않고 `노동신문 논평원’으로만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까지 수회에 불과하다.

작년 2월 ‘역적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평함’과 2004년 9월 ‘한나라당의 반역적 체질을 논함’이라는 글, 그리고 2000년 3월과 12월, 2002년 3월 각각 일본의 과거청산과 대북정책을 비판한 글과 작년 4월 ‘6자회담에 훼방을 놓는 일본의 태도를 논함’이라는 글이 전부다.

특히 이번 글은 평소 지면인 5면이 아니라 2면에 실렸고, 노동신문 기사를 통상 오전 9시 이후 전문보도하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새벽 6시께 보도했으며,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북한의 모든 방송매체가 일제히 반복 보도하는 특이점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불바다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될 것”이라는 글도 ‘군사 논평원의 글’ 형식이다.

이번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은 또, 그동안 북한 매체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비핵.개방.3000’ 구상을 거론하고, 비핵, 개방, 3000달러라는 주요 구성요소마다 거부논리를 폄으로써 북한 당국의 정리된 입장임을 보여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실명없이 노동신문 논평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대남입장을 표명한 것은 대남기구의 공식담화 등에 비해 격은 조금 낮지만, 북한 당국의 정리된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밝힌 기조가 모든 언론과 대남기구와 당국자를 통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새 정부에 대한 평가과정을 마치고 공식적인 입장을 정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안별로 입장을 정리해 밝힌 만큼 이 기조 위에서 말 대 말의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