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이후 북한매체들은 어떤 동향을 보였을까. 관련기사 및 사설들은 어떠한 논조를 펼치고 있는가. 그 흐름을 읽을 때, 이번 평창올림픽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목표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북한의 대표매체라 할 수 있는 노동신문의 모든 기사 및 사설을 꼼꼼하게 검토해보았다. 왜냐하면, 올림픽에 관련된 내용만 본다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남한의 언론들은 김정은 신년사 이후,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들을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내고 있지만 북한 매체들은 매우 조용했다. 노동신문도 침묵을 지켰고 그 시간이 꽤 오래갔다. 18일이 되어서야 올림픽 관련기사를 싣기 시작하였다. 김정은 신년사 발표이후 20일 동안, 단 한 편의 올림픽 관련 기사만 실은 것이다. 9일 남북고위급회담 이후에도 조용히 있다가 17일 남북실무회담이 진행된 다음날에서야 비로소 관련기사를 내보냈던 것이다. 18일자 신문에 ‘북남실무회담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평창올림픽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기사를 실었다.
18일자 ‘북남실무회담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평창올림픽에 대한 북한정권의 속셈을 조금 눈치 챌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동계올림픽이 남한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더불어, 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도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 그 용어표기에서 이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용어를 보면, 남한에서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아닌 ‘우리 측의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라고 표기하였다. 21일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어야 할 쓰레기언론’으로 비방, 22일자는 남한의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대세에 역행하는 반통일광신자들의 발악’이라는 비방 글을 올림픽관련해서 올렸는데, 거기에서도 ‘남한개최’, ‘평창’이라는 용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에서 ‘평창’이 금기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사회주의혁명 총공세의 진격지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은 ‘신년사 보고대회’ ‘신년사 학습회’ ‘신년사 지지성명발표’ 등의 명제아래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3일자부터 매일 신년사가 들어간 제목의 기사 및 사설을 한 편 이상씩 싣고 있다. ‘경애하는 원수님의 신년사를 깊이 학습하고 있다’(3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의 신년사를 높이 받들고 혁명의 새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자’(4일), ‘올해신년사에 제시된 전투적 과업을 높이 받들고 화차수리를 힘있게 다그치고 있다’(21일), ‘올해신년사에 제시된 전투적 과업을 높이 받들고 전력생산에 힘을 넣고 있다’(22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년사 관련된 모든 글의 키워드는 ‘자력자강’이다. 또한, 그 방법론인 ‘만리마 대진군’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내용은 앞서 기술한대로,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피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라고 평창올림픽에 대한 사안을 명백히 밝혔다. 그런데, 북한 전 지역에서 진행되는 신년사관련 행사에서는 평창올림픽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림픽 내용이 빠진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방안제시’라는 용어는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용어 다음에는 ‘자주통일 대진군’, ‘자주통일성업’, ‘혁명적인 총공세’, ‘사회주의 혁명의 완수’, ‘사회주의강국건설’등의 구호가 반드시 수반되었다. 이것은 김정은 정권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는지 더 명확히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남북관계개선 목적이 ‘반미반제혁명역량강화’임이 명백해진다. 또한, 김정은 우상화에 큰 발판이 되고 말았다. 김정은 신년사 다음날 노동신문은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통일의 위대한 령수이신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 삼가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서울소재 「반제민족민주전선」(노동신문이 서울로 표기했지만 평양에 거점을 둔 조직)에서 보낸 글을 실었다. “정녕 그 존함만 들어도 제국주의떼무리들이 벌벌 떠는 행성의 유일한 정의의 수호자, 절대강자이신 김정은원수님은 남과 북의 온 겨레가 운명도 미래도 전적으로 맡기고 영원토록 따를 민족의 구세주, 만고절세의 대영웅이십니다.”라고 김정은을 남과 북의 운명을 책임지는 민족의 구세주라고까지 칭송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김정은에게 평창올림픽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북핵 도발로 좌불안석했던 미국의 군사적 선제공격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였고, 더불어 한미공조를 약화시켰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의 리더십 및 치적으로 부각시키며 영웅화를 넘어 신격화에 돌입하게 하였고, 가장 난관이었던 경제적 문제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었다. 평창올림픽은 김정은에게 일석사조를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원산갈마반도’를 국제관광특구로
노동신문이 평창올림픽에 관한 기사를 처음 실은 18일자, ‘북남실무회담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1월말부터 2월초사이에 마식령스키장과 금강산에서 진행하게 되는 북남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과 북남합동문화행사와 관련한 실무적문제들이 반영되여있다”고 강조하였다. 필자가 앞서 기술한대로, 노동신문은 평창올림픽에 관련된 기사를 20일까지는 딱 한 건만 실었다. 하지만, 올림픽과 관련 있는 이 지역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실었다. 특히,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조성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상세히 기사화했다.
4일자 신문, “군대와 인민이 힘을 합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을 최단기간내에 완공하고”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7일자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에 필요한 물동수송 활발: 철도운수부문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6일 현재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에 필요한 건설기계와 로력수송을 70%이상 보장하는 혁신이 창조되였다”고 하였다.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 9일 다음날인 10일자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에 많은 세멘트를: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에서’라는 제목으로 “가까운 시일안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에 보태주게 된 세멘트를 전량 생산보장할 불타는 열의에 넘쳐 새기준, 새기록을 련이어 창조해나가고 있다.”라고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었다.
남북실무회담 이후인 19일자에는 ‘명사십리에 조선의 새문명이 펼쳐지게 된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는데, 여기서 김정은 정권이 동계올림픽을 통해 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원산시 갈마반도의 남동쪽 바다기슭에 있는 명사십리는 예로부터 경치가 하도 아름다워 강원도의 손꼽히는 명승지로 일러왔다”, “바다기슭을 따라 십리 남짓하게 펼쳐진 하얀 모래밭, 붉게 핀 해당화와 푸른 소나무들, 사철출렁이는 동해의 맑은 물결, 이 모든 것이 조화되여 한폭의 그림을 방불케 하는 명사십리는 우리 인민뿐아니라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명소이다” 이 말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대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즉, 북핵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및 고립에서 벗어나겠다는 심산이다.
한술 더떠, “바로 이곳에서 머지않아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조선의 새 문명이 펼쳐지게 된다”라고 까지 했다. 이는 핵문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국제적 관광특구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을 표출한 것이다. “독특한 모양을 이룬 다층, 고층의 호텔들과 숙소들, 독립봉사건물들이 해안을 따라 하나의 거리를 형성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한 조선의 멋들어진 관광도시로 될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려명거리건설에서 영웅적위훈을 세운 전투력있는 건설부대들이 이미 현지에 전개되였고 건설에 필요한 물동수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부지면적에 있어서 미래과학자거리보다 더 크고 최상의 질보장을 요구하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에 참가한 건설자들의 기세는 충천하며 배심은 든든하다.”에서는 얼마나 김정은 정권이 여기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은 동계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핵강국으로 가는 데 최대 걸림돌이 되는 미국을 수세로 몰아놓고 동시에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원산갈마반도를 제1차 국제관광특구로 조성하여 경제적 잇속까지 챙기려는 속셈이다. 그래서 저리도 열심히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