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창당 63주년 기념일인 10일 김정일이 공개석상에 얼굴을 나타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동당 창당 기념일을 맞아 북한 관영 매체들은 창당을 축하하는 여러 건의 선전문을 싣고 있으나, 김정일은 지난 4일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62주년을 맞아 열린 김일성종합대학 팀과 평양철도대학팀 간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축구대회 관전 보도에서도 김정일이 언제 어디서 관람했는지 그의 사진 등이 일절 공개되지 않아 진위 여부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취임 11주년 기념일도 조용히 넘어갔다. 물론 지금까지 김정일이 노동당 총비서 추대일 기념행사에 참석한 적은 없다.
다만 북한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7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언론 등을 열거하며 “(김정일의 축구관람 소식을) 4, 5일 여러 나라 통신, 신문, 방송이 보도했다”고 내보냄으로써 ‘인민들은 동요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일은 작년 당 창당 기념일에는 능라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고, 2005년에는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과 횃불행진까지 지켜봤다. 그러나 지난해는 10월 남북정상회담 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의미가 있었고, 2005년은 창당 60주년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 정치행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는 5년,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도 아니며, 노동당 차원에서 새로운 ‘정책노선’을 제시하고 나설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김정일의 공개 등장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도 “노동당 창당 기념일의 경우 김 위원장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총 7번 경축행사에 참석했던 기록이 있다”며 “창당 기념일 행사가 (김정일이) 반드시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정보당국이 발표한대로 김정일이 8월 중순 뇌혈관 수술을 받았다면 아무리 회복이 빠르더라도 66세 고령인 그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노동당 창당 기념식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술 흔적이나 후유증이 공개될 경우 북한의 중하급 당(黨), 군(軍) 간부들이나 일반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 건강이상설’과 관련 북한 내부에 특별한 ‘민심 동요’가 감지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북한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한 달여 동안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확산되는 와중에서도 북한이 대미 핵협상을 비롯한 대외관계를 북한 체제의 요구대로 끌고 왔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직후 미국은 ‘북한과 핵협상에 성과가 있을 경우’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내부단속’과 더불어 ‘대미 관계의 주도권 유지’라는 생존 전략이 여전히 잘 돌아가 가고 있다. 따라서 10일 외부의 관심이 집중되는 창당 기념식 행사나 십 수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모이는 ‘아리랑’ 공연에서 굳이 ‘건재함’을 과시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노동당 창당기념일 이후 김정일의 건재 여부를 유추할 수 있는 북한의 정치일정으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꼽히고 있다.
남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9월 제11기 대의원 임기가 끝나 연말까지 제12기 대의원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김정일은 제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제649호 선거구 대의원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