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DJ만나 조언구할듯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8월28∼3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조만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만나 `조언’을 구할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분단이후 처음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좌한 경험이 있는 만큼 회담에 임하는 `노하우’에 관해 전수받을 일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만나는 시기나 형식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회동을 검토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각종 자료를 숙독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지만, 정상회담을 실제로 행한 김 전 대통령의 생생한 경험담만큼 값진 `학습자료’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특히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일회성 성과보다는 다음 정부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남북정상회담의 제도화,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이번 회담이 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그 연속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도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세한 내용을 전달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13일부터 15일까지 53시간동안 평양에 체류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얼굴을 맞댄 시간만 무려 10시간 가량이나 된다. 방북 첫날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동하는 차량 동승에서부터 시작해 1, 2차 정상회담, 오찬.만찬으로 진행된 일정까지 포함한 시간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은 기록물로 남아 있지만, 문자로 남길 수 없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대화 분위기나 느낌 등은 김 전 대통령만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인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뒤 며칠후 청와대 내부 행사에서 “회담 도중 4∼5차례 절망적인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설득했다”며 회담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었다.

이번 기회에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회동이 이뤄질 경우 이 자리는 남북정상회담 경험과 관련한 ‘조언 구하기’라는 실무적 성격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참여정부 ‘평화번영정책’으로 계승한 노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포용정책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복원’시키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2005년초부터 2차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에 앞서 윤병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동교동으로 보내 “2차 남북정상회담은 김 전 대통령께서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밑거름과 토대를 만들어준 덕분”이라는 뜻을 전했고,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이룩하고, 큰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초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용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구속되면서 양쪽 관계는 소원해졌고 갈등도 내연했지만, 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우여곡절을 거치고 우회로를 돈 끝에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관계가 다시 복원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회동할 경우, 대선을 앞둔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은 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남 그 자체만으로 범여권 세력의 결집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4일이다. 노 대통령이 당시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주말을 맞아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오찬을 한 자리였다.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김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

당시 오찬은 부동산 정책, 북핵문제,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 등이 주된 화제로 올랐고,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북핵문제가 평화적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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