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3단계 통일론’ 제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6일 전군 주요지휘관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통해 ’점진적 단계주의’를 전제로 한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한반도 통일은 경제통합→문화통합→정치통합 순으로 가되, 그 시간은 “아주 넉넉하고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 통일론의 요체다. 이는 노 대통령이 갖고 있던 통일에 관한 철학을 사실상 집대성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독일 방문 당시 “한반도 통일의 경우 천천히 준비해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되면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최대 갈등요인인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오면서 대북 및 외교정책에 반영해온 게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노 대통령은 미국의 잇단 대북 압박 조치와 한미동맹 조정을 둘러싼 갈등 기류 등 대내외의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북경제협력 사업과 군사적 대결완화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왔다.

따라서 이번 언급은 남북관계에 관한 노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자 간헐적으로 제시해온 통일 구상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같은 통일론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밀도를 높여온 ’역사와의 대화’를 통해 정리된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강에서도 고구려부터 구한말까지 우리민족이 외세에 무너졌던 이유를 지도층의 전략적 사고 부재와 함께 서로를 배제하는 ’내부 분열’에 찾고, “남북간에 협력과 통합은 북한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며 “공존할 권리를 서로 인정하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우선 “평화를 깨는 통일은 지금 적절하지 않다”며 “어떤 경우라도 평화가 깨지면 통일이 오지도 않고 더욱 더 분단은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안전이 1번이고, 평화가 2번, 3번이 통일”이라는 인식의 구체적 표현이며, 특히 안팎의 대북 강경론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이 대북지원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면서 “이 문제는 1차적으로 평화의 비용, 2차적으로 통일의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남북간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러한 점진적 통일론은 이와 함께 이른바 ’낮은 수준의 연방제’ 같은 정치체제 통합 보다 경제, 문화 통합논의에 강조점을 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달 말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 기간에 비중있게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연방제 통일론’에 일정한 선을 그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는 노 대통령이 “통일에 관해 국가연합, 연방제 다음 통일 이러는데 경제통합이 제일 우선”이라고 적시한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방제 주장을 체제론적인 접근이라 본다면 노 대통령의 통일론은 경제, 문화통합을 내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우선시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체제론적인 접근을 배타적으로 본다는 그런 차원의 언급은 아니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