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정치지도자 6대 자질론 제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일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요건에 대해 조목조목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뚜렷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고, 고건(高建) 전 총리,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등 외부 영입대상 인사들이 잇따라 대선 출마 의지를 접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지도자 자질론이 여권 후보 옹립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 23일 작성,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정치지도자, 결단과 투신이 중요하다’는 글을 통해 “요즈음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분들의 행보를 보면 어쩐지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들을 대략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은 “주위를 기웃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투신해야 한다”는 것. “나섰다가 안되면 망신스러울 것 같으니 한 발만 슬쩍 걸쳐놓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될 성싶으면 나서고 아닐 성싶으면 발을 빼겠다는 자세로는 결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 참여의 ’뜸’만 들이다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처신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두번째 원칙으로 “저울과 계산기일랑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며 이른바 ’정치공학적인 정치’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정치는 남으면 하고 안남으면 안하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말한 뒤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이고,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보람을 찾아야 하는 일”이라며 “먼저 헌신하고 결과는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세 번째 원칙으로 ‘소신과 정책’을 제시한 뒤 “나라를 위해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그 중에서도 오늘날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우리가 도전하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나온 인생 역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왜 자기가 비전을 이루는 데 적절한 사람인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잘못한 일은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사적 이익만으로 정치를 하려 해선 안된다. 대통령의 낮은 인기를 바탕으로 가만히 앉아서 덕을 본 사람도 있었고, 대통령을 몰아붙이면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통령 흔들기에 몰두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자기의 정치적 자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나쁘다’ ‘민생이 어렵다’ 이렇게만 말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아무 대안도 말하지 않고 국민의 불만에 편승하려 하거나 우물우물 국민의 오해와 착각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소신도 대안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태도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들을 경고하는 동시에, 지지율 제고를 위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무조건 비난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네번째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은 정당에 들어가야 한다”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는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 하는 것”이라고 전제, “거저 먹으려 하거나 무임승차해선 안된다”며 “먼저 헌신해 기여하고 이를 축적해 지도자의 자격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있는 당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을 만들거나, 당이 갈라져 있어 곤란하다 싶으면 당을 합치는 데 기여하거나, 당이 합쳐지지 않으면 스스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라며 “여러 당이 통합해 자리를 정리해 놓고 모시러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다섯째 원칙으로 “경선을 회피하려 해선 안된다”며 “그것은 민주주의 원리와 규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것이나 경선판도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당 주변을 기웃거리기만 하는 것 모두가 경선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고, 또 대선 출마에 뜻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내 경선 때문에 주춤거리는 외부 인사들을 향한 언급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정치는 공익을 추구하는 일”이라며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셈해 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국민이 심판”이라며 “복잡한 정략과 권모술수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해선 안된다. 콩이면 콩, 팥이면 팥”이라고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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