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정권 바뀌어도 다른 길 없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북핵문제와 관련, “어떤 가치도 평화위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대북 포용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북핵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천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새로운 안보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20여일 동안 계속된 노 대통령의 고심이 평화번영 정책의 일관성 유지로 귀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전략, 그리고 대북 포용정책을 한국 정부와 한국민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숙명론적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회 자리에서 평화의 전략, 미래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통합 전략을 강조하면서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한국이 숙명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국민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한국은 이 진로 이외에 다른 길을 갈 수 없다”는 게 기본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국민들이 평화를 원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전략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어도 “생존을 위해 반드시 깊이 생각하고 전략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안되는 숙명” 때문에 “평화의 전략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에서 야당을 비롯한 보수층의 대북 포용정책 비판 및 대북 강경론을 ‘정치적 상황’으로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더 나아가 “지금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논리와 스스로 정권의 책임을 맡았을 때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했다.

설사 야당이 정권을 맡고 있든, 앞으로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든 간에 대북 포용정책의 도도한 흐름은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 또한 한국이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처한 숙명 때문이라는 게 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그 사례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모태가 됐던 집권세력인 노태우(盧泰愚) 정부와 김영삼(金泳三) 정부가 당시 북핵문제를 ‘평화적 전략’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거론했다.

노태우 정부는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 등 핵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있던 상황에서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과 비핵화 합의를 했고, 김영삼 정부는 제1차 북핵위기를 맞아 북ㆍ미 직접대화에 반대했다가 한반도가 전쟁 직전까지 몰리자 미국의 대북 무력행사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이미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의 정책은 시작이 된 것이고, 이미 포용정책의 기본방향은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대립할 수 있지만, 정파가 달랐던 노태우, 김영삼 정부도 정권의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참여정부의 ‘평화적 전략’ 노선과 일맥상통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북핵대응 방향으로 “반드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하되 그 노력이 또 다른 충돌의 계기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된다”고 제시한 것도 과거 정부의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을 일종의 패배주의적 숙명론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노 대통령부터 굳건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 공조를 토대로 “언제나 (대북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군사적 균형의 토대 위에서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균형은 깨지지 않으며, “현재로도 깨지지 않았다”는 노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동맹을 전제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군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대북 억지력 제고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지켜나가려는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다”며 “평화는 군사적 균형이 파괴 됐을 때 깨지지만, 이 군사적 균형은 한국군의 역량, 아울러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와 역량으로 파괴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한국은 그렇게 대응해 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같은 언급은 특히 앞으로 대북관계를 포용 중심에서 상호주의를 가미한 방식으로 조정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 핵실험 후 정부는 거듭 대북 포용정책은 조정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노 대통령의 이번 언급도 그렇게 보면 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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