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정국현안 인터뷰 문답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한겨레 신문과 회견을 갖고 올해 대선과 범여권 통합,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남북정상회담,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부동산 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선관위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결정과 관련, “선관위가 ‘중립의무 위반하지 말라’고 해서 안하려고 한다”며 “그런데 공무원법상 보장돼 있는 정치활동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가 문제이고, 위헌판단 절차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의 문답 요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받는데, 그 이유는

▲정치공세이고 중상모략이다. 한나라당, 문민정부와 비교하면, 그들은 군사독재 잔재세력, 변절한 기회주의, 그리고 민주세력이 뭉친 지역주의 정당이다. 97년 국가경제를 부도낸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이 ‘집권세력 무능론’을 얘기한다면 대안도, 정책의 실용성과 책임성도 없이 반대만 하는 근본주의이다.

‘잃어버린 10년’이 있다면 한나라당이 만든 재앙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이걸 되살리고 되찾고 있는 정부이다.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것은 회사 부도내놓고 회사 살린 사장한테 와 가지고 ‘너 왜 회사 망하게 했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민주세력이 정당하게 평가못받는 이유는 적대적 언론과 야당의 악의적 중상모략이 가장 결정적이다.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개혁, 언론개혁, 복지와 양극화 해소 세 가지다. 여기에 남북간 평화.협력의 발전이 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지역주의다.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로 아예 굳어진 정당이고 나머지 정당도 지역주의에 흔들리고 있다. 지역주의에 매달리면 민주세력은 백전백패다. 지역주의를 과감히 버리고 정책경쟁을 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개혁이고 또 그래야 성공한다.

지도자의 원칙이 중요하다. 걸핏하면 `보따리’ 들고 돌아다니는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이게 쟁점화 되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도 아주 중요한 쟁점이다. 진영 간에 차이가 뚜렷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핵심쟁점이 되어야 한다. 양극화, 일자리, 복지예산, 감세, 대입제도, 정부의 크기와 역할 등에 대한 태도 이런 것들이 쟁점화되어야 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선 불출마와 탈당 등 최근 범여권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정치인은 뚝심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 회사가 부도나서 어렵다고 나가서 떠들고 다니고 사장 흔들고 그러면 안날 부도도 진짜 나는 것이다. 어리석은 짓이고 자충수다. 뚝심이 없으니까 그렇다. 옳은 가치이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치를 붙들고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상황에 너무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배짱을 가진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대세론 측면에서 질서있는 통합은 어떤 통합도 수용한다’고 했다. 대의와 대세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통합협상도 하기 전에 상대가 정해지기도 전에 당을 먼저 해체하자고 하는 것은 전혀 전략이 아니다. 전략을 모르는 정치인이 우리당이 오판하도록 만들어놨다. 나간 사람들이 그렇다.

대통합 전략과 동시에 항상 후보단일화 전략을 병행해 준비해둬야 한다. 그런 전략적 안목없이 당하면 정말 큰일 난다. 지금 그런 사람들이 많다. 너도 나도 보따리 싸들고 우우 나서는데 그런다고 통합되는게 아니다.

언론에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 내가 몇번이나 이의를 제기했는데 ‘범여권’이라고는 용어를 그냥 쓰는데, 그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의도적 모욕이다. 옛날에 (나와) 관계 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범여권에서 제외하는게) 정 안되면, 다빼고 손학규씨라도 ‘범여권에 넣지 말아달라. 그 양반이 나중에 가서 경선을 하고 안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한나라당’이지, 손학규씨는 빼달라고 신문에 좀 크게 써달라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법적 대응 방침을 철회할 용의가 있나.

▲선관위 판단이 헌법기관의 판단이라고 해서 불복 못하게 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선거법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치, 정쟁의 중심에 있고 집중적인 공격의 표적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은 성립 불가능하다.

선거법의 중립의무,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 선관위가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을 해석할 때에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 아닌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 법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줘야 하는데..그 점이 불만이다.

선관위가 `중립의무 위반하지 말라’해서 안하려 한다. 근데 공무원법상 보장된 정치활동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가 문제다. 선관위가 하나하나 다 잘라다 주기 전에 나는 아무 말도 안하든지 하다가 걸리든지 그렇게 되어 있다. 위헌 판단의 절차는 해야 한다.

–대운하 등 야당 대선 예비후보의 공약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따져보자”하는게 바람직한가.

▲야당은 대통령을 비난하게 돼 있는데 대통령의 방어를 허용해야 한다. 이명박씨가 균형발전 정책을 비판했고, 그에 대해 내가 대운하 정책과 비교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는 말과 2005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끔찍하다’는 것은 상징적인 언어다. 정책 차이를 뚜렷하게 부각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정치에서 언어의 수사를 갖고 `적절하네’ `안적절하네’ 얘길 하면 안된다. 대통령이라는 직무로서 연설한 것이 아니고 한 정치인으로서 강연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 퍼부은 수많은 수사들보다 훨씬 점잖다.

당시 연정을 제안한 것은 전략적으로 실책이었다. 그러나 연정과 합당은 분명히 다르다.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공무원들이 정보를 숨기게 할 우려가 있다.

▲공무원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성실하게 취재에 응하도록 하겠다. 정보공개와 취재자유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미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상태에서 토론의 실효성이 있느냐.

▲대통령의 말에 논리가 없고 궁색해지면 이 제도를 밀고나갈 수 있겠나. 그런 과정을 거쳐서도 대통령이 정당성을 증명 못하면 이런 정책은 계속 못밀고 나간다.

–참여정부는 대연정 제안, 이라크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으로 진보 진영과 대립했다. 이는 진보진영 내부 혼란과 민주개혁 세력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다.

▲진보진영도 달라져야 한다. 대안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 현실에서 채택이 가능하고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반대든 투쟁이든 진실한 사실을 갖고 해야 한다. 대안없는 진보나 책임없는 진보는 성공할 수 없다. 근본주의 노선이나 비타협적인 투쟁 노선을 포기해야 한다.

–참여정부 지난 4년간 강남 3구의 집값이 80%나 올랐다.

▲강남 집값이 올라갈 때 어쨌든 잡았고, 다른 곳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봐줘야 한다.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보유세제를 채택하고 과표 예시를 하고 거래가액을 등기부에 기재하게 했다. 근본 문제를 해결했다.

–수도권 전반적으로 집값이 엄청 올랐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 아니냐.

▲시행착오는 인정하지만 정책환경에 비춰 어지간히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부동산값이 더 오를지 모르지만 그건 비정상적 경제다. 그건 정말 부동산 제도에 기인하는 게 아니고 그야말로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문제에서 기인하는 무엇이 있을 수 있다. 유동성 과잉의 거품을 빼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이대로만 관리해 나가면 부동산 값은 확실하게 잡는다. 지금 시스템상으로 볼 때 부동산 장사는 남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이 저조하고 양극화 지표도 악화되는 등 국민 체감 경제가 나쁘다.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에 해결하려 무리하면 다시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닌가. 나는 정석대로 해왔다. 양극화도 내가 물려받은 것 아닌가. 내가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2004년까지 나빠진 것은 맞지만 이후 현상 유지는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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