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될지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4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상선언 합의문을 도출하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적잖이 ’기싸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단이 평양에서 다 전하지 못한 뒷얘기들을 정리했다.

= “이러면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 될지도 모르겠다” =

노 대통령은 4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가진 대국민보고회에서 “처음 오전(회담)에는 좀 힘이 들었다”고 전날 정상회담 1차 회의의 어려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고,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남측의 문제의식이나 ‘개혁’ ‘개방’ 주장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될 지도 모르겠다”고 ‘농반진반’으로 김 위원장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색한 것은 아니고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마치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대학가의 인공기 게양 처벌 문제를 거론하고 불만을 표출하며 “대통령께서 서울 떠나올 때 텔레비를 보니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제 우리가 상봉했고 인민들 환영도 받으셨으니 돌아가시는 것이 어떠냐”라고 얘기한 것과 비슷하다.

전날 노 대통령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했을 때 북측의 분위기는 싸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남 위원장이 역시 개혁, 개방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교과서적으로 북측의 기존 입장을 50분 동안 설명했고,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 대통령이 난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도 이에 맞서 30분 동안 남측의 입장을 얘기하며 적극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것.

이날 분위기가 좋지 않자 노 대통령은 회담 성과를 걱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참모진들이 “원래 그렇다. 기선제압용이니 개의치 말라. 맞불은 잘한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 옥류관 오찬 발언이 반전 계기 =

회담이 반전을 이루는 데는 노 대통령의 옥류관 오찬 발언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을 마치고 남측 방북단을 옥류관으로 초청, 오찬을 베푼 자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하면서 “불신의 벽을 좀 더 허물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회담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현장에 있던 북측 관계자들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에 즉각 보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고위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천호선 대변인도 5일 정례브리핑에서 “오전 회담에서 노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 김정일 위원장도 점심때 참모들의 의견을 들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의 설명과 참모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하게 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남측 수행원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은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을 향한 전략적 메시지였던 셈이다. 그리고 다시 속개된 오후 회담은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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