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링컨인용 대북인권관 피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참여정부의 대북 인권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인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을 인용, 눈길을 끌었다.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한미간에 이견이 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노 대통령이 답변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비교사례로 거론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링컨이 대통령 재임 시절 끊임없이 노예해방론자들로부터 인권에 대해, 노예해방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고 매우 심하게 공격받았다”며 “실제로 링컨은 노예해방문제에 대해 걸음이 느렸다”고 소개했다.

북한인권론을 노예해방론에, 노예해방론자들을 미국에 각각 비유하고, 노예제 폐지에 미온적이라며 공격받은 링컨의 신중한 처신을 북한인권 문제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노 대통령의 입장에 빗댄 셈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링컨이 노예해방에 앞장서면 아메리카가 분열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링컨은 연방의 통합을 우선순위에 두고 통합을 이뤄가면서 점진적으로 노예해방 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일을 향한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점진적인 평화번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북한인권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러한 접근 태도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전달돼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에 반영됐다.

공동선언 합의사항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공동의 희망에 입각하여 그들의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공동기자회견에서 링컨의 업적이 그가 피살된 지 11년만에, 그것도 흑인 지도자들로부터 재평가를 받았던 사실을 소개하는 등 현실과 시류에 영합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는 자신과 링컨의 ‘공통점’을 부각시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취임 전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까지 냈던 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첫 미국방문 때 “우연일지 몰라도 링컨과 나는 16대 대통령”이라며 “공통점이 많다”고 인연을 강조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링컨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자기 자신이 가진 명분, 자기와의 약속, 자기와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목숨을 바쳤다”고 평가하며 청소년들에게 링컨 전기를 읽어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지난 9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청와대 면담에선 ‘거국내각’의 역사적 교훈을 거론하며 링컨이 당내 정적을 입각시킨 사례를 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