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뭘 담았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한명숙(韓明淑)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주요 현안들에 대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의 골자를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이기 때문에 내년 재정운용방향에 대한 설명도 담겨 있지만, 당면 현안인 북핵 해법, 부동산 대책,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정기국회 법안 처리 등에 대한 입장 설명에 상당한 분량이 할애됐다.

이날 시정연설문은 총리실에서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노 대통령 명의로 이뤄지는 연설인 만큼 청와대 비서실이 사후 ’감수’를 보는 선에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포용정책 근간 유지 =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는 반드시 평화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평화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최상의 가치이기 때문”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의 전략’을 재차 강조하며 “정책의 속도와 범위는 조절하되, 큰 틀에서 대북 평화 번영정책의 기본원칙은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핵 실험후 대북 제재 방안의 일환으로 ’중단, ’유보’ 등의 주장이 제기되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지속할 것”이라고 ’중단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들이 이같은 방향의 언급들은 했지만 노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이처럼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11.2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회)이라고 밝힌 언급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라는 ’대화의 끈’을 유지하며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환영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6자회담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해결까지에 이르는 상당한 시간 동안 ’한반도 평화보장의 원칙’의 일관성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

◆분양원가 공개 확대 재차 언급 = 최근 일반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을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염려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집없는 서민 여러분의 상실감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잇따른 정부 부동산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사실상 유감을 표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밝힌 ’11.3 대책’의 방향을 재차 소개한 뒤 “지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원가 공개 확대가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분양원가 공개 확대 방침을 강조했다.

지난 9월2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 “분양원가 공개제를 반대할 수가 없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라고 기존의 “분양원가 공개 반대는 소신”(2004.6.9 민노당 의원 초청 만찬)이라는 입장을 수정한데서 나아가 분양원가 공개 확대 방향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내년 4월께 민간.공공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하고, 학계.연구단체.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분양가 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로, 이날 노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으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원가 공개 확대 방향에 대한 노 대통령의 거듭된 메시지가 최근 또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는 집값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도 주목된다.

◆한미 FTA, 양극화 해소 = 노 대통령은 미래 과제 해결을 위한 주요 국정 어젠다로 꼽고 있는 한미 FTA 문제와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양극화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의지를 강조하고, 범국민적 협조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네 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뚜렷한 합의사항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한미 FTA가 조속히, 그리고 반드시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미 FTA 타결 의지를 역설했다.

그러나 “목표 시한에 쫓겨 중요한 내용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FTA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고, 협상과정도 국회내에 설치된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충분히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8월말 정부가 내놓은 ’비전 2030’ 국가전략과 관련, “당면 현안을 도외시하고 미래비전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와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결코 논의가 이른 것이 아니다”고 범국민적인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히려 “저출산.고령화 정책은 이미 10년 이상 준비가 늦었다”며 “지금 당장 대비를 해도 그 효과는 20∼30년 후에나 나타난다. 미래를 위한 준비와 대책은 정권 차원을 떠나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국가전략의 방향으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구조를 갖는 동반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한 뒤 “복지지출 증가가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해야 하며, 이제 복지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성장전략”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양극화 해소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국민들을 다시 경쟁대열에 참여시키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며 “성장과 복지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민주적인 시장경제를 이뤄가자는 것”이라고 동반성장 패러다임의 방향을 설명했다.

◆“임기말 국정운영 끈 안놓겠다”..국회 협조 당부 = 노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에게 국회에 계류중인 민생.개혁 입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강력하게 당부했다.

“정치적 쟁점이 없는 법안들까지 지체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관련 법안들이 지체될 경우 정책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애로 사항을 토로하며 “그 결과는 결국 향후 국가와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법안들로 사법개혁, 국방개혁, 비정규직문제, 연금개혁 관련 법안들을 꼽았다. 청와대는 이미 이번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주간 단위로 입법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주요 민생경제 및 개혁정책 관련 법안의 입법 및 제도화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임기를 1년여 남겨 놓은 시점임을 염두에 두고 “과거의 예를 보면 이러한 시기에 정쟁이 심화되는 등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겨 국정의 표류가 반복되면서 국민생활에 심각한 폐해를 끼쳤다”고 역대 정권의 반복된 ’임기말’ 현상을 지적한 뒤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국정운영의 끈을 놓지 않겠다. 참여정부는 지금 해야 할 일을 회피하지 않고 책임있게 해나갈 것”이라고 임기말 누수없는 정책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있을 수 없으며, 이견이 있는 정책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해 낼 수 있다”며 미래비전과 전략, 시급한 민생.개혁 현안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초당적인 논의와 협력을 당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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