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감당 어려운 부담 결코 없을 것”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2007 남북정상선언’과 관련해 비용문제, 차기정부에서의 이행문제, 개인적 소회를 비롯한 회담 뒷얘기들을 소상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행 비용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움 부담은 결코 없을 것이며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차기 정부에서의 이행 여부에 대해선 “차기정부의 몫”이라며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상선언이 차기정부에서 이행될 것인지의 부분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급이 있었나.

▲김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합의에 관해서 누가 이행할 거냐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아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저를 상대로 차기 정부 얘기하기가 좀 야박하다 싶어 그랬는지, 아니면 실제로 관심이 없었는지 일체 언급이 없었다.

–정상선언의 차기 정부 이행에 대한 생각은.

▲차기 정부의 선택도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속도, 폭, 깊이는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역사 발전과 역사의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합의의 결과로써 예측할 수 있는 감당 능력 문제를 갖고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수십조 원을 얘기하는 것은 과장됐거나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면 민간 차원의 기업 투자까지 다 보태서 혹시 수십조 원이 투자될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기업 투자 부분과 정부 지원 성격의 부담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수십조 원’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적 투자는 많을수록 좋고 정부 지원도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감당,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기업적 투자가 병행될 것이지만,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정부 지원적 방식은 보건의료, 농업 협력 부분이 될 것이다. 철도와 도로는 기업적 투자의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차관 등 정부 지원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병행될 수도 있다.

내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 남북협력기금이 1조3천억원 정도인데, 우리 세수가 199조원 정도 된다. 1%가 안 된다. 남북관계 발전이 본격화하면 세입의 1% 정도는 무리한 부담이 아니다.

투자는 투자를 갖출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속도가 지원하거나 투자할 우리 쪽의 준비상태가 앞서가고 북쪽의 준비상태가 오히려 시간상으로 늦을 것이다. 말로만 `왜 안 주느냐’ 할 수도 있지만, 준비 안 하고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개성까지의 철도는 당장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사업이다. 개성공단이 2단계 들어가면 물류문제가 발생하는데 철도 없이 해결 못한다. 평양까지 생각해도 도로든 철도든 지금의 해운물류비와 비교하면 우리에게도 뒤로 늦출 수 없는 사업이다.

통일 비용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이고,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통일비용인가. 통일해야 되기 때문에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냐.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샌드위치 위기’를 부드럽게 극복하고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임’만 보자는 것이 아니고 분명히 `뽕’도 따는 것이다.

우리에게 독일 통일 방식의 급작스러운 통일 비용은 없다. 지금부터 꾸준히 투자하고 그 투자에서 우리가 이익이 생길 때 통일에 성큼 다가선 시기이고 그때는 통일비용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국가연합이나 또는 연방 방식을 전제로 했을 때는 통일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데 갑작스러운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이미 `고난의 행군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가서 느낀 것은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회담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언제였느냐.

▲우리는 실용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북쪽은 근본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 사고방식의 차이가 제일 어려운 점이다.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몇 가지 포인트만 얘기하고 `좀 실용적으로 나갑시다. 말하자면 근본적인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데, 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 나갑시다.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것보다는, 관념적인 것보다는 실제의 것을 먼저 좀 해 나갑시다’라고 했더니 대답은 없고, 말씀자료 딱 끄집어내더니 대부분이 근본 문제였다.

`우리 민족끼리’해야 되는데 안 했던 데 대한 유감, 성지, 법적 장애 등이 쭉 나오는데, 그 점을 어렵게 느꼈다. `과연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만찬장에서 기술이 어떻게 이전되는가, 경제가 어떻게 확산해 나가는가, 그런 메커니즘이나 우리가 어려움 겪고 있는 소상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별 거부감 없이 듣더라. 그런데 `개혁’ `개방’ 이 두 가지만 나오면 딱 걸더라.

`개혁.개방 얘기 계속하면 남북 간에 대화의 통로가 곤란해지고 막히겠구나’ 싶어 (나중에) `개혁’ `개방’에 관한 얘기를 했던 거다.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별도의 질문은 없었지만 북핵문제, 북한을 상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핵 문제는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갔다. 핵 문제의 표현을 갖고 옥신각신 많이 다투면 가지고 간 의제를 도저히 시간 안에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가 이번 대화에서 철저하게 기피했던 것은 근본 문제이다. 근본 문제는 다 뒤로 미루고 다른 대안을 갖고 얘기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구 부분도 하나씩 얘기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이) `그 부분은 총리회담에서 하자’고 해 결과적으로 총리회담은 그쪽에서 먼저 제안한 셈이 됐다.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은 경제부총리급의 경제협력위원회인데 이렇게 해서 총리회담이 합의문에 들어갔다. 그런데 총리회담으로는 경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 경제협력공동위를 다시 그 밑에다가 박았다. 안보 문제 총괄해서 총리가 하면 될 것 같다.

핵 문제 관련, `왜 우리 민족끼리 좀 더 잘 안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민족끼리는 아주 좋은 생각이지만 국제적인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설명을 많이 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깊이 해 볼 필요가 있다. 타도할 수 있느냐. 승리할 대상이냐. 밉거나 곱거나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동반자이다. 옳을 때는 같이 가고 그를 때는 같이 안 가고, 말이 통할 때는 같이 가고 말이 안 통할 때는 같이 안 가고, 그런 처지도 아니다. 옳지 않을 때도 대화를 통해서 옳은 방향으로 밀어가고, 말이 안 통할 때도 통하게 만들어야 되는 처지에 있는 상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끊임없이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 신뢰 없이 설득할 수가 없다. 신뢰라는 것은 결국 참는 것이다. 할 말도 좀 참고, 하기 싫은 일도 좀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싸움 날 만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되도록 뒤로 미루고 가능한 것,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 나가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내일(12일)은 정부 차원의 (남북정상선언 이행) 추진 체계를 아침 회의를 거쳐 마무리해서 발표하는 데 이어 되는 것 안 되는 것 토론을 통해서 정리해 추진 전략을 내주 중으로 정리하고, 필요한 협상들 진행해 가면서 빠른 속도로 전개하려고 한다.

임기 동안에 하려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얘기해 놓은 내용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의 내용과 이행 방법을 명료하게 해서 분명한 과제로 채택해 놓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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