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北, 미·일과 관계개선 의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외신기자들과 ‘2007 남북정상선언’과 관련, 북미.북일관계, 중국과의 관계, 경협비용 문제, 차기 정부에서의 이행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북미.북일간 관계개선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뒤 “남북관계가 가시화될수록 북핵문제의 해결의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종전선언시 남침.대남테러에 대한 북한의 사죄없이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6.25를 ‘한국전쟁’이라고 한다. 전쟁을 종식할 때 사과나 배상은 패전국에 부과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도발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화해와 협력의 전제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일까. 이런 불일치가 있다. 우리쪽의 요구사항이 그렇다 할지라도 현실성이 없고, 법적으로 얘기하면 ‘패전한 당사자가 아니지 않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가 그것을 이유로 해서 남북관계를 언제나 이 자리에 머물러 둘 수 있느냐, 계속해서 정전 체제를 가져가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에게 ‘사과를 받지 않으면 평화체제로 가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냐, 사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 묻고 싶다.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이란 말이 어렵다. 이를 설명해달라.

▲한국이 당사자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3자 또는 4자라는 문장 표현은 북측에서 제안한 것이다. 그 당시까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나 사이에는 이미 합의가 돼있었고,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가 이미 돼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중국은 그 당시까지 나하고 사이에 대화가 있었지만, 중국 당국이 명시적으로 종전선언을 얘기한 일이 없었다. 연쇄적이지만 명시적 합의는 나와 부시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세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표현한 것 아닌가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중국이 이후 명확하게 참여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4자회담으로, 4자선언으로 굳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북일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어떤 얘기를 했나.
▲내가 전달한 후쿠다 총리의 메시지는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납치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은 대화할 의사가 있다’ 여기까지다. 그 이상 납치문제를 어떻게 해야 된다는 등 납치문제에 대한 기본인식과 해결책에 관한 얘기는 들어있지 않다. 김 위원장에게 들은 얘기도 종합하면 ‘북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후쿠다 총리의 대화 의지를 평가하고 기대한다’ 이런 것이었다. 납치자 문제에 대한 용어와 내용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 않다. 기본 전제는 관계개선이 필요하고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북일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경의선 여객과 화물수송을 위해 중국 정부와의 협력은 어떻게.

▲우선 올림픽 때 기차가 한번 지나가는 것은 상징적이지만 일회적인 행사일 것이다.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본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철도를 개통해서 사람과 화물이 오고 갈 단계에 가려면 중국과 협의를 사전에 해야 할 것이다. 그 문제는 남북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동시에 중국과도 실무적인 협상들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기가 언제라고 못박을 수 없지만 장애사유는 없을 것이다.

–북측과의 경협방식에서 ‘중국의 대북경협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접근 방법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 법적으로 남북관계는 적대적 관계에 있다. 실제 남북한 국민 사이에도 자유왕래가 금지돼 있다. 예외적으로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중요한 차이다. 경제거래에도 북한과 중국은 오랜 역사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어 제도적 경험도 유사하다. 통행, 통신이 자유롭고 기업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남북 경협이 가능하다. 기업의 대북투자는 건수로는 80%가, 금액으로는 88%가 개성공단에 투자돼있다. 개성공단 사업이 시범단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반 투자와 특구 투자라는 것이 그 만큼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남쪽은 특구에만 투자를 했다는 결과다.

–북한 노동자들이 언젠가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임금을 수령하는 등 관리체제를 보면 역부족인 것 같다.

▲북한의 노동자가 경영자가 될 가능성은 반드시 자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본만이 큰 것이 아니고 기술, 사고방식, 북한의 제도, 이런 것이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만 해결되면 자본의 문제는 얼마든지 합작을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간 직접협상이 시작됐지만 부시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든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6자회담과 북미관계가 잘 풀려가고 있다. 빠른 속도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리 늦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핵문제가 본격화한 것이 92년이다. 그 뒤에 94년에 제네바에서 합의를 했고, 경수로 착공이 98년이었고, 그리고 경수로 공사중단이 2004년이었다. 이런 긴 역사의 흐름을 보면 지금이라도 해결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다행이고, 부시 대통령의 임기 안에 마무리만 되면 큰 성과라고 본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도 상당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 내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9.19선언이 선언 이후에 지체된 시간, 악화된 상황, 그것은 정말 뼈아프게 생각한다. 그것은 고의든 아니든 간에 커다란 오류라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가 정상선언을 지지하고 시행하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

▲이번 정상회담을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내용이 불분명한 것을 총리회담 등 후속회담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남은 일이다. 다음 정부가 하기 싫은 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하기 싫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다음 정부를 위해서는 이행과정을 분명히 하는 것 이외에 없다고 말했지만 이제 국가 전체 또는 역사적 관점에서 이행이 담보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합의 이행에 대한 국민의 동의 수준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 정부가 누구이든 간에 그 이후 이행을 해나가는 데 가장 결정적인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북쪽에 대해서는 압력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현실적 필요가 북쪽의 이행을 담보하는 데 가장 큰 동기가 될 것이다. 성실한 이행을 통해서 또는 성실한 자세를 통해서 신뢰를 자꾸 높여 나가는 것, 그것이 아마 북쪽의 이행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상식에 속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북한이 핵문제를 풀려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북한은 남북간 관계개선도 원하고 있다. 그러니까 남북간 관계개선이 좀 더 가시화 될수록 북핵을 풀어야 될 필요성을 높게 느끼게 되지 않겠나.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주 당연한 사리다.

–이번 선언에서는 통일논의가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

▲우리의 통일방안은 남북연합, 연방제 이런 순서로 갈 것이다. 그렇게 합의돼있다. 남북연합, 연방제 이런 방향으로 가게 돼 있는데 지금 달리 이 방안을 바꿔야 될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다. 이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지금 남북연합 문 앞에도 못 갔는데, 또 통일방안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겠느냐.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면 실질적으로 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첫째 관문에도 들어가기도 전에 자세한 지도를 더 그리자’ 이것보다는 일단 첫번째 관문에라도 부지런히 가는 것이 지금은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 문제가 회담에서 언급됐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2000년 회담에서 언급됐고 이 점에 대해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이미 보도된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처럼 해결과정에 들어선 문제, 통일 방안처럼 이미 합의된 문제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회담 시간을 아주 아꼈다. 의제조차 제대로 조율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전에 어떤 합의에 대한 조율도 없이 7년만에 정상이 만나 합의한 분량을 보면 역사상 유례없이 압축적으로 진행된 회담이었다.

–남북경협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예상된다. 일본 등 주변국들의 역할은.

▲아직은 국제자본의 수요를 얘기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협력이 진척되면 인프라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그때는 국제자본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북한이 국제자본에 접근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단계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남북간 교류협력을 통해 그 단계를 밟아 나가는데 협력하고 촉진하고 도움을 줘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용문제를 말하면 대부분 사업은 기업적 투자의 방식이 될 것이다. 철도 또한 기업적 투자의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초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정책자금의 지원이 결합돼야 할 것이다. 합의된 내용 중에 차관이라든지 지원 등 순수하게 정책자금이 지원될 부분은 결국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이다. 이 도로는 남북간 무역교류 내지 투자자의 물자교류에도 필요한 것이다.

농업과 보건.의료 협력에서는 아마 정책적 지원 자금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적 합의가 됐을 뿐이지 구체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돈 얘기를 따질 단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일이냐,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냐, 주는 쪽은 어려움이 없고 받는 준비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받을 그릇이 작아 많이 받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적 지원 이외의 것은 모두 투자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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