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NLL 언급’ 파장 예고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밝혀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여야 정당대표 및 원내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NLL은 영토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은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 “우리나라 어느 공식 문서에도 NLL이 영토적 성격이라고 써 놓은 곳이 없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그러나 국가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이 NLL에 대해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NLL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그동안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 현재까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고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 대통령의 언급대로 NLL은 1953년 8월 마크 클라크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선이지만 휴전 당시 쌍방의 전력배치 상황과 정전협정문 해석에 의거, 적법하게 설정됐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군 소식통은 “영토선이 뭘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NLL은 해상에서의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이라고 분명히 했다.

국책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며 “NLL 문제와 관련해 헌법을 끌어들이는 것은 대단히 문제 있는 논거”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노 대통령이 ‘NLL을 영토선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이 전문가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고 남북 정상이 두 차례나 만나 회담을 한 마당에 이 같은 헌법조항을 논거로 삼을 수는 없다”며 “NLL을 지키려고 남북이 교전까지 했다. NLL은 남북이 대치하는 선으로 봐야 하고 국제 정치적으로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날 NLL 관련 언급이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어로 등 서해평화협력 특별지구 설치 문제를 임기 내에 분명히 해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고 있다.

오는 11월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NLL 문제에 대해 미리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회담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에는 정부가 북측의 NLL 재설정 주장에 대해 양보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

한 국방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국방부가 11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NLL 해법과 관련,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기본합의서 11조) 및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도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국방부도 이 같은 기본합의서상의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남북 간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새로 설정하려면 실질적인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우선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북측은 NLL 재설정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의 기본합의서 언급이 NLL 해법과 관련, 군사적 신뢰구축을 전제로 한 것인지 아니면 곧바로 재설정 논의로 들어가자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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