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포용정책 재검토’ 언급 배경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한국정부도 이 마당에 와서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해 대북포용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 정신을 승계한 대북 포용정책은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근간을 이뤄왔던 것으로,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대북정책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상황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청와대 당국자도 이와 관련, “북핵실험으로 인해 포용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의 효용성이 더 있다고 하기도 힘든 것 아니냐” “핵실험 강행을 방지하기 위해 핵실험이 있기 전의 남북관계와 이후의 남북관계는 다를 것이라는 경고를 분명히 보냈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유지해온 포용정책을 ‘유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읽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 재검토 시사는 취임 이후 북핵위기 속에서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북강경제재론에 맞서 ‘대화와 협상’을 내세운 대북 정책의 대원칙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그 명분을 상실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북 포용정책의 위기는 지난해 북한의 ‘2.10 핵보유 선언’때도 한차례 닥쳐왔었다.

북핵위기 속에 취임한 노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4강 외교를 펼치며 대북 제재에 무게를 두고 있던 미국과 일본을 끈질기게 설득, 대화무드로 바꿔 6자회담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한국정부도 포용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지를 북측에 보이고, 대북 강경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참여정부의 `대북포용 전도사’였던 이종석(李鍾奭)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경질 카드까지 검토했었다.

그러나 ‘인내’를 선택했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200만㎾의 전력을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중대제안’ 카드를 디딤돌로 해서 ‘9.19 공동성명’이라는 합의물을 도출해 ‘포용정책의 승리’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계기로 한 북미간 줄다리기가 재개됐고, 북한은 결국 `7.5 미사일 발사’를 감행, 한반도를 다시 한번 불안의 소용돌이로 밀어넣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움직임으로 소용돌이치던 이 당시만 해도 노 대통령은 “과도하게 대응해 불필요한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하는 움직임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며 북한의 행위를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며 대북 제재 드라이브에 일정하게 제동을 걸었다.

북한의 `비이성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 의도를 파악해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기존 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당시에도 국내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입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무조건적 포용정책은 북한의 비이성만 강화시킬 뿐이라는 비난이 강했지만, 노 대통령은 대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이 국제사회가 수차에 걸쳐 경고해온 ‘레드 라인'(red line)인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을 향해 비등해진 비난 여론앞에서 더 이상 ‘포용정책’을 유지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듯하다.

노 대통령이 이날 “상황은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쪽으로 사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이것은 객관적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중국과 함께 대화에 무게중심을 둬왔던 노 대통령이 제재와 압력을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더 이상 `저항’하기 힘들어졌다는 현실인식도 깔려 있다.

노 대통령이 “그간 6자회담 관계국 중 중국과 한국은 대화를 강조했다면 일본과 미국은 제재와 압력을 강조한 게 사실”이라며 “이제 한국이 소위 제재와 압력이라고 하는 국제사회의 강경수단 주장에 대해 대화만을 계속하자라고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상당히 없어진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대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포용정책에 반감을 가져온 국내 보수여론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현실인식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이같은 변화된 상황인식에 따라 향후 전개될 `대북 액션’에 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해나갈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 대화에 의한 해결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 “상황이 부풀려지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나가겠다”라고 선을 그어 대북 압박 및 제제 일변도의 국제사회 일각의 주장에 일정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북폭 등 대북 군사적 조치를 감행하려는 강경론자들에 대한 일종의 사전 경고이자 북핵 폐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지난날 처럼 모든 것을 인내하고 양보하고 북한이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다 수용해나갈 수는 없게 된 것 아닌가”라는 노 대통령의 단언은 적어도 당분간은 인내를 통한 포용정책을 접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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