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조율된 조치’ 구체화 착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북한의 핵실험 사태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조찬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전두환(全斗煥)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북한 핵실험 사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특별 기자회견에서 밝힌 “단호하면서도 차분하고 전략적으로 잘 조율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 “구체적 문제는 관계 당사국과 우리 국내 정치지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전날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에 이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핵실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유엔 차원의 조치를 포함, 우방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이날 노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 및 전직 대통령들과의 연쇄 회동은 효과적 대북 대응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국내 여론 수렴에 착수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여야 지도자들에게 초당적 협력을 구하고, 전직 국가원수들에게는 과거 국정운영의 경험과 조언을 듣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내부 결속을 통해 외부의 위협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노 대통령은 조찬 간담회에서 “국론을 모아 힘을 모아주는 것이 초당적 대응”이라며 “질책받을 일은 받아야 되지만 도와달라고 할 것은 도와달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나름대로 여러 생각을 갖고 있지만 중요한 일에는 의견을 듣고 검증을 해야 하니까, 같은 대책이라도 잘 조율되고 의견이 모아지면 효과가 있다”며 여야 지도자 초청 간담회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한날 여야 지도자 및 전직 대통령들과 잇따라 만나 국가적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 또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사태를 보는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심각하다는 반증 아니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실시를 ‘한반도 평화와 국제핵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햇볕정책’에서 ‘평화번영정책’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김대중 정부 이후 계속돼온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핵실험 사태의 파장으로 포용정책에 변화가 수반되더라도 그 흐름은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대북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에 대해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다는 지적들은 여유를 갖고 인과관계를 따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이 상황이 도저히 헤쳐나갈수 없는 파국적 상황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관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기대를 갖고 상황을 관리하는 게 국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한 판단의 주된 이유로 경제문제를 들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안 미치도록 절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북핵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은 경제가 중요한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실험 후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도 이같은 기조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은 한미정상간 전화통화가 이뤄지기 직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 미.일.중.러 외상들과 전화회의를 갖고 유엔 안보리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황을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노 대통령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이른바 ‘조율된 조치’는 국내외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그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특히 오는 13일 하루 일정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담을 갖고 북핵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북한 핵실험 사태의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무엇보다 경제원조란 ‘지렛대’를 통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이 구상에 착수한 후속 조치의 방향과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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