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대북 상호주의’ 강력 비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9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조의 경제적 비전으로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를 제시하면서, 이같은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북 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에 대해 “위기상황의 반복과 대결구도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로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참여정부 출범후 지난 4년여 동안 대북강경론이 비등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 핵실험이 일어나는 등 순탄치 않은 대북정책 여건에서도 “관용과 신뢰 구축이라는 일관된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내 일부 강경파들이 북한 체제의 변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예측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북한의 행동 때문에 애를 먹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의 정략적 공세가 4년 내내 계속되었다”면서 미국, 북한, 국내 여론 등 복합적인 어려운 여건을 회고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역지사지 함으로써 신뢰를 쌓아왔고, 상대가 불합리하게 나올 때에도 인내심을 갖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이같은 일관된 정책의 성과로 “지금은 북핵문제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때 야당과 일부 언론이 주장한 대로 강경 대응했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중단했다면 지금은 과연 어떻게 되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4년여간 인내, 절제, 관용의 자세로 일관해온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대북 포용정책의 철학과 원칙, 경험을 토대로 노 대통령은 보수 세력들이 제기하는 대북 상호주의 접근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이를 비판하는데 연설의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상대방이 하는 대로 우리도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는 ’상호주의’로는 이처럼 어려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다. 상호주의는 당장은 속 시원할 지 몰라도 국민의 안전과 평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신뢰를 해치고 또 다른 대립과 갈등을 불러올 뿐이다. 상호주의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수시로 발생하는 위기상황의 반복과 대결구도 밖에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해빙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바탕으로, 그동안 대북강경론인 상호주의를 견지해 온 한나라당과 그 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포용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노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라는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각 정당이나 대선후보들이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상호주의를 ’냉전시대의 사고.접근법’으로 규정하며, 상호주의로는 “민족이 웅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국가적 전략”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이 포용정책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거론하며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이처럼 중차대한 정책의 전환을 몇 사람의 몇 마디 말로 가볍게 할 수 있고,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한나라당이나 후보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방식으로 적당히 여론에 편승했다가 나중에 흐지부지 뒤집어 버리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열한 토론을 거쳐 당론을 모으고 그 당론으로 포용정책을 국민에게 엄숙히 공약하는 절차가 있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노 대통령은 반미(反美) 성향의 진보진영을 의식, “미국과의 관계도 자주와 균형을 위한 한미동맹의 변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이해와 설득으로 꾸준히 이견을 조율하여 공조를 유지해 왔다”며 “일부 진보진영의 주장처럼 미국과의 관계를 마른 나무 분지르듯 하였다면 남북문제도 지금과 같은 진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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