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남북경협’ `경제공동체’ 강조 의미

오는 28∼30일 제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남북경제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남북 간 경제공동체 기반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던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문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 이른 바 ‘4대 담론’을 보다 구체화해 이번 회담에서 남북경협, 남북경제공동체 문제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 대통령의 경협 중시 언급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 이번 회담의 주의제가 경협논의가 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7년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남북정상 간 대좌에서 당면과제인 북핵문제와 그로 인해 발목이 잡혀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북핵문제의 본질은 물론 남북경협과 한반도 평화문제의 상관성에 대한 그의 인식이 그대로 묻어난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비록 남측이 당사자로 관여하고 실제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미국을 포함, 6자회담이라는 다자 논의 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 간 만남으로는 그 성과 도출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 따라 이행 단계에 접어든 북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통 큰’ 언질만 나오더라도 일정부분 성과를 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김 위원장 역시 북핵문제는 북미 간 현안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 입장 이상을 내놓지 않을 공산이 작지 않다. 정부 역시 현실론적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별도의 틀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문제 역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근본적인 대전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주의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노 대통령이 이날 “이 시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욕심부려도 더 할래야 할 수 없는 건 그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한 것도 의제 설정의 한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일각의 주장처럼 이번 회담에서 경협을 주의제화 한다는 게 과연 북측에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퍼주기’를 뜻할까. 노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이미 수차에 걸쳐 밝혀왔지만 노 대통령은 남북경협 확대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정착하고 확산시켜 북방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날 언급처럼 남북경협의 다각화와 활성화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북핵문제 해결과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지론인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북핵, 평화 문제를 놓치지는 않겠지만 경제에 있어서의 상호 의존관계는 평화보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남북 정상의 결단만으로도 실행할 수 있는 경협 확대를 통해 남북 간 신뢰관계를 공고히 한다면 이는 진행중인 6자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만큼 진전된 북핵 로드맵이 다시 남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 바 경제와 평화.안보의 ‘선순환’ 논리가 바로 그 것이다.

참여정부의 평화.안보 문제에 정통한 한 핵심관계자는 “번영있는 곳에 전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노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의중이 투영된 압축적인 문구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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