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국방 3원칙’ 천명 의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참여정부의 `국방 3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처음으로 공개했다.

동북아시아 균형자로서 우리 군의 역할을 비롯,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국방 3원칙의 `얼개’를 밝힌 것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우리군의 역할 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조건부로 인정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 주변 동북아 역내에 분쟁이 발생, 주한미군을 차출, 또는 미국측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주한미군을 추가 감축하려 할 경우 한미간 협의채널이 어떻게 가동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노 대통령이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채택된 해외주둔미군 재배치(GPR)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함의가 적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증유의 9.11 테러사건을 경험한 미국의 입장에서 미군의 경량화, 기동화, 신속화를 통해 전세계적 수준에서 불확실하고 다양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게 이른바 GPR의 핵심개념이다.

이른바 미군을 신속기동군 형태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재배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날 공사 졸업.임관식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다.

대신 “최근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며 그것이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문제”라며 “분명한 것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 고유의 역할인 한반도에서의 대북 억지력을 전제로 불가피성이 인정될 경우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의하에 주한미군을 이라크 등 동북아 지역 이외에 파견되는 것은 감수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오늘날 미군은 GPR 개념에서 군대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어하고, 주한미군도 역할의 폭을 확대되길 바라는 입장이었다”면서 “이에 우리 정부는 한반도 안보상황 고려를 전제로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의 필요성, 합리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국가의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한반도를 제외한 동북아 역내 분쟁에 대한 개입은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이같은 성격 변화에 따라 앞으로 한미동맹에 질적인 변화가 초래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동북아 지역분쟁이 발생, 미국이 주한미군을 투입하려 할 경우 우리의 의사에 반해 강행하지 못하도록 `안전판’을 마련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대두될 전망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지난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지 않는 대신 한미 양국이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부 교환공문(각서) 등을 채택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앞으로 한미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겠지만, 미측에 우리 입장은 전달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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