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이 털어놓은 남북정상회담 소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추진 계획을 밝히고, 알려지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뒷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 “차기 정부도 국민의 의지 거역하지 못할 것” =

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서 남북정상선언이 이행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보기에는 이행을 할 거냐 안 할 거냐, 어떻게 이행할 거냐 하는 것은 차기 정부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차기 정부의 선택도 결국은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만 (남북정상선언 이행의) 속도와 폭, 깊이, 이런 것은 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예의 ‘역사발전론’을 거론하면서 “그것은 역사발전에 대한, 역사의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런 믿음을 갖고 이번 정상회담에 임했다”고 전제한 뒤 “만일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그것이 순리라고 하는 믿음이 없었다면 정상회담을 하기도 좀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나”라며 “이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종전선언 3∼4자 정상회담’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 =

0…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선언 중 ‘종선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이 포함된 것을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9.19 선언 때도 아주 애를 써서 이 조항을 넣었다. 9.19 선언때도 이 조항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계라는 그 체계, 이 두 가지를 소위 평화 프로젝트, 평화 프로그램으로 애를 써서 넣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어서 이제 정상간 합의까지 이렇게 연쇄 접촉을 통해서 확정했기 때문에, 이것은 앞으로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합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총리회담은 김 위원장이 먼저 제안” =

0…노 대통령은 당초 남측은 남북경협 후속 조치 회담으로 부총리급의 경제협력위원회를 준비해갔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총리회담을 제안해서 내달 총리회담이 성사됐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과정에서 경제특구 문제가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음을 설명하면서 “나머지 특구 문제는 하나씩 하나씩 얘기하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총리회담에서 하자’라고 해서, 결과적으로 총리회담은 그쪽에서 먼저 제안한 셈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은 경제부총리급의 경제협력위원회였는데, 김 위원장이 내가 특구 얘기를 자꾸 하니까 ‘총리회담에 맡기자’고 해서 합의문에 총리회담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가만 보니까 총리회담으로는 경제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우리가 가져갔던 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다시 그 밑에다가 다시 박았다”라고 소개했다.

= 노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에 흡족 =

0…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승한 것에 대해 상당히 고무돼있는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다녀와서 여론조사상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며 “약발이 얼마가겠느냐. 그래도 일단 올랐으니까 당분간 또 까먹을 수 있는 밑천이 생겼지 않나”라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시간만 있으면 이 일 저 일 좀 더 벌여서 까먹을 수 있는데 지금은 시간도 넉넉지 않고 그럴 만한 정치적 의제도 많지 않을 것 같다”며 “그래서 이제 제법 높은 수준에서 임기를 마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지지도의 ‘함수관계’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사실 그쪽에 신경을 쓰는 데부터 마음 약해서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이 정치인의 고민”이라며 “전혀 신경 안써도, 거기에 매달려도 할 일을 못하게 되는 딜레마가 지지도”라고 지적했다.

= “5년간 막힌 문제 밑그림 그릴 수 있어 행운” =

0…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무리지으면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이 인간으로서 성공한 것인지도 많이 생각해보고 그 중에서도 성공한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어느 쪽에도 그렇게 명쾌한 결론도 없고 낙관적인 전망도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5년 동안 쭉 가로막혀 있던 이 문제를 밑그림이라도 그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을 정말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감격해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도 감사하며, 정말 개인적으로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남북정상회담 언론보도 “감사” =

0…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론보도에 “좋은 얘기, 좋은 그림들을 아주 골라 쓰시고, 또 골라서 편집해 주었다. 마음을 정말 많이 쓴 흔적들이 역력히 보였다”며 각별히 감사의 뜻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내가 언론이라는 직역 전체에 대해 좀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게 많이 해 드렸는데, 관계없이 여러분이 잘 보도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평양 공동취재단 촬영 기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몸싸움하느라 정말 수고많았다. 북측 기자들하고 몸싸움하느라고 상당히 애를 많이 썼을 것”이라며 북측 기자들과의 취재 경쟁을 떠올리며 “좀 쭐리지 않습디까”라고 농담도 곁들였다.

백화원 영빈관 숙소에서 남쪽 방송들을 시청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남쪽 방송 모두를 다 볼 수 있었는데, 다른 방송을 계속 돌려도 계속 나와서 신기했고, 슬슬 걱정이 됐다”며 “다른 방송 안나오고 계속 이것만 나오니까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얼마나 신경질이 날까..이것 때문에 뭐 시비 걸리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전체 줄거리를 잘 요약하는 기자들의 편집능력에 대해 상당히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개별 개별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리를 가지고 얘기를 하면 나도 어지간 하면 자신있는데 어떤 얘기의 핵심을 짚어 줄거리를 구성해 가는 능력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개인생활을 할 때도 그런 부분은 배우고 또 도움도 받고 싶다”고 극찬했다.

= “대북투자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것” =

0…노 대통령은 대북 투자를 통일비용과 연관지어 “임만 보자는 것이 아니고 분명히 뽕도 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이고,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통일비용이냐”라고 질문을 던진 뒤 “이왕에 시장에 우리가 투자하는 것 아니냐, 통일해야 되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냐, 아니면 우리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흔히 ‘샌드위치 위기’를 좀 부드럽게 극복하고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것을 투자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고, 투자의 회수기간이 좀 걸리겠지만, 멀리 보고 전략적 안목으로 이것을 하나의 도전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에 통일비용은 없다”라고 규정한 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존 사고로 얘기하던 그런 방식의 통일비용이라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 “퇴임후 방북요청은 외교상 호의적 관심의 표현” =

0…노 대통령은 지난 3일 남북정상회담 말미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퇴임 후에도 북한을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제대로 보고 싶다”고 퇴임후 방북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그냥 개인적 욕구”이며 “외교상 호의적인 관심의 표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도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죠”라고 물은 뒤 “마음대로 여행 한번 해 보고 싶지 않느냐. 누구한테 가서 그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김 위원장 만나서 특별여행권을 하나 따 놓으면 백두산도 한번 가보고…중국쪽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삼지연쪽에서 한번 딱 올라가는 맛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 “대통령 따라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

0…노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한 권양숙(權良淑) 여사도 인사말에서 “2박3일 일정인데 이렇게 긴장되고 걱정스럽고 그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고 방북 소회를 피력한 뒤 “그런데 마치고 오니까 이보다 보람된 게 없고 또 마음이 아주 흡족하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제가 대통령님 모시고 이렇게 나가면 항상 저는 굉장히 어렵다”면서 “조금전에도 보셨겠지만 대통령님은 절대로 저를 안 기다려준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나오게 했다. 이날 간담회장 입장시 노 대통령은 권 여사를 뒤로 두고 성큼성큼 먼저 입장했었다.

권 여사는 “대통령 걸음이 굉장히 빠른데다, 이번 2박3일 동안 평양 건물이 생각보다 컸고, 바닥이 다 대리석이라서 제가 따라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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