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아난 총장 대화록

러시아를 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9일 모스크바 숙소 호텔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유엔안보리 개혁문제와 북핵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저녁 6시30분부터 약 4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노 대통령은 일본과 독일 주도로 추진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 방안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중대국면으로 접어든 북핵문제에 대해 6자회담이란 외교적 틀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대신 “유엔에 기여금을 많이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등의 직설적이면서도 우회적인 화법을 통해 일본의 안보리 진출 시도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날 면담에서 노 대통령과 아난 총장은 6자 회담의 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유엔 안보리 개혁 방향, 증설 상임이사국의 자격기준을 놓고서는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다음은 면담에 배석한 정우성(丁宇聲) 외교보좌관이 전한 노 대통령과 아난 총장의 대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유엔안보리 개혁문제

▲아난 총장= 유엔이 1945년에 창설된 이후 긴 세월이 흘렀다. 수많은 회원국들이 새로 생겼고 지정학적으로 현실이 많이 변했다. 그래서 안보리를 보다 민주적으로 대표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안보리의 정당성이 더 증대될 것이 아니냐는 생각들을 많은 회원국들이 갖고 있다.

▲노대통령 =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2차대전을 종식시킨 강대국들은 45년 유엔창설 당시에는 상임이사국이 되는 도덕적 명분과 세계질서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동시에 가졌었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 전승국들은 세계질서에 커다란 발언권을 가질 만한 정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새롭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국가들의 경우 세계평화를 위해서 어떤 희생을 치렀고, 어떤 도덕적 정당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다면 지역을 대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그 나라는 아시아의 지지를 받아야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지 않겠는가.

소극적으로 볼 때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유엔 운영과정에서 보다 더 다양한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는 총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완전히 같은 생각이다. 다만 한가지 유의할 것은 전승국들도 유엔창설 당시에 정통성을 가졌다는 것이지 지금도 그런 나라 체제가 유효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난 총장= 유엔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이를테면 평화유지군이라든지 재정적 기여라든지도 중요하다. 유엔 체제내 안보리 확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특히 개도국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노 대통령= 동의한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은 엄격히 중립을 지키는 것 아니겠느냐. 변화된 세계에 맞는 어떤 새로운 지도체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상임이사국을 지도체제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정통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기여금을 많이 내느냐는 것이 전부일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난 총장 = 솔직하게 설명해주신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면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데 좋고 중요하다. 지금까지 여러 지도자들의 입장을 들었는데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해 수용 가능한 개혁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북핵문제

▲아난 총장= 교착상태에 있는 북핵문제와 6자회담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대통령= 지금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회담 참여국들이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중요하다.

▲아난 총장= 6자회담 틀 밖에서 (북.미간) 양자회담 갖자고 북한이 얘기한다고 들었다. 양자회담이 도움이 되겠는가.

▲노대통령= 6자회담이란 틀이 지금 만들어져 있고 또 회담이 명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양자회담 보다 6자회담이 훨씬 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 6자회담이 유용한 이유는 6자회담이 성공했을 때 합의사항의 이행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다.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무너졌는데 그것이 다자간 합의였다면 그렇게 쉽게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난 총장= 6자회담이 중요한 틀이고 계속돼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같은 자리에 다 모여있을 때 따로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양측 모두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사가 있고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

▲노대통령= 지금 북한이 앞으로 극단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바란다. 하여간 이 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 틀내에서 꼭 해결돼야 한다. 그동안 아난 총장이 6자회담과 관련해 지지성명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난 총장= 북핵문제에 대해 앞으로도 항상 관심을 갖고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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