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김양건 50분 면담 `화기애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30일 청와대 면담은 50분 내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안부 인사를 전했고,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당부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경청했다. 김 위원장의 별도 친서는 전달되지 않았다.

또 내년 1∼2월 남쪽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문 문제는 이날 면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김 부장은 노 대통령이 접견실에 입장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김영남 위원장 방남에 대해 말씀할지 관심이 많다’는 질문에 웃으며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25분 접견실에 입장, 김 부장을 보자마자 “어서 오시라”고 했고, 김 부장도 “건강하셨느냐”고 예를 갖췄다.

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 일행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고, 김 부장과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등과 자주 만난 것을 의식, “이제 구면인 것 같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김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에 가면 노 대통령이 바빠서 시간을 못 내실지 모르지만 뵙게 되면 안부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며 김 위원장의 안부인사를 전했고, 노 대통령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각별한 안부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 일정을 보니까 아주 빠듯한 것 같다”면서 김 부장의 일정에 관심을 표명했고, 이에 김 부장은 인천 송도 경제자유지역, 거제 대우조선소, 부산항 등을 둘러본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단했다. 전망도 좋고 많은 것을 봤다”며 “인천은 아시아에서도 세계적으로 큰 항구도시”라고 평가했고, 부산에 대해서도 “부산은 항구도시라서 아주 좋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인천 송도 개발사업과 제2연륙교 건설사업을 미국 게일사와 영국 에이멕사가 추진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그들이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 뒤 “외국기업이 그들의 아이디어, 기술, 신용으로 한국에서 자금을 동원해 사업을 하고 상당히 많은 이익을 챙겨가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좀 아깝다”며 “하지만 사업 돌아가는 방식이 얼른 이해는 안가는데 세계 도처에서 그런 방식으로 사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 우리 기업들도 역량이 되는데 입찰과정에서, 사업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쟁에서 졌다”며 “사실 토지공사가 하면 잘 할 수 있는 사업인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외국기업의 국내 시공사업 주도 사례를 든 것은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남북합자, 남측의 대북 투자 등을 염두에 두고 개방경제에서 협력사업 추진방식을 우회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면담 분위기에 대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상호 의견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등 좋은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김 부장 일행에게 청와대 방문 선물로 무궁화 다기세트를 전달했다.

이날 면담에는 남측에서는 이재정 통일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성경륭 정책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윤병세 안보정책수석이, 북측에서는 김부장을 비롯, 최승철 부부장, 원동연 강수린 아태위원회 실장, 리현 아태위원회 참사, 조성관 통일전선부 부장서기가 참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