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공석 통일연구원장 이번도 ‘청와대 낙하산’?

지난 2월 1일 김동성 전 통일연구원장의 돌연 사태로 넉 달째 공석인 원장 자리에 서울 C 대학 모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前任) 김태우·김동성 원장에 이어 이번에도 외부 인사가 원장으로 내정돼 연구원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원장 공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청와대에서 내정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전문가는 데일리NK에 “통일연구원장에 서울 C 대학 모 교수가 최근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대학 어떤 교수인지 알고 있지만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한 연구위원도 “통일연구원장에 원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장 공모를 주관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강력 부인하고 있다. 연구회는 공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원장이 내정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원장이 사퇴하면서 박영호,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들은 데일리NK에 ‘서울 C 대학 모 교수 내정’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향후 공모 절차가 진행돼 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장 내정이 사실일 경우 연구원 내에서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출신 원장 두 명이 논란만 키우고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사례가 있음에도 외부 인사가 또다시 원장이 된다면 연구원들 사기 저하뿐 아니라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구원은 통일 대비 국책연구기관으로 북한의 급변상황 등 중·장기적인 통일정책 연구와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가 선임될 경우 연구의 연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다년에 걸쳐 통일연구원에서 연구해온 내부 인사와 달리 외부 인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연구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대 10명의 원장 가운데 연구원 출신은 박영규, 서재진 원장뿐이며, 이들은 3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일각에선 통일연구원장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 절차를 밟아 연구회 이사회에서 선출하고 있지만 연구원 출신 인사 몇 명을 포함시켜 구색을 맞출 뿐 사실상 청와대에서 이미 내정한 인사를 원장으로 선임하기 때문이다.

전임 원장 선거에서도 후보군 3배수에 연구원 출신인 박영호, 전성훈 박사가 포함됐지만, 최종 김동성 중앙대 명예교수가 선출됐다. 김 교수는 대중관계 및 북한 정치·대남 전략 등과 관련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 ‘윗선(청와대)에서 내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원장이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에 연구원 관계자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며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럴 바에야 연구보다 ‘윗선’의 ‘줄’을 잡아야 원장이 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전 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취임 두 달도 안 돼 사퇴하면서 연구원들의 사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번에는 연구원의 사기진작이나, 중·장기적인 통일 정책 마련을 위해서도 연구원 출신 인사가 선임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윗선에서 결정했다면, 연구원 내에서 내색은 하지 않겠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지만, 검증이 안 된 외부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오히려 불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일연구원장 공모 절차에 대해 “이른바 ‘윗선’에서 이미 결정하고 이사회에서 형식적인 표결을 할 것이라면 차라리 공모를 하지 않는 게 낫다”면서 “또한 연구원의 업무 특성상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맞지 않는데, 연구회에서 평가하고 원장을 선임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회 관계자는 “통일연구원장은 다른 연구원에 비해 어떤 인사로 구성이 될지 방향을 잡기 어려운 분야”라면서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선출하기 때문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 신임 원장이 선출된다. 심사위원회는 연구회 이사장을 심사위원장으로 정부 관계자 5명, 외부 추천인사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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