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대북전략…’중국 역할론’은 매우 중요하다

▲ UNDP가 북한 나진항에서 북-중 국경선상의 원정교에 이르는 67Km 구간에 건설하고 있는 4차선 고속도로 ⓒ연합

중국의 궁극적인 대북전략은 무엇일까에 대한 갑론을박이 만만치 않다.

중국이 결국은 북한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중국은 북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실제 영향력도 크지 않다는 의견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 한국의 대북정책에 비해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국가정책의 결정 주체와 과정, 내용이 대체로 투명하게 알려진다. 그래서 외부에서 판단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정책을 결정하는지 여전히 안개처럼 흐릿한 영역들이 많다. 북한 문제는 특히 그렇다.

이러한 불투명성을 반영하듯 국내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단에서도 의견이 확연히 갈려 있다.

中의 ‘북한 합병론’은 조기 흡수통일 선호 그룹 주장

하나의 의견은 중국이 결국은 북한을 합병하여 동북 4성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마치 1950년 중국이 티벳을 합병하였듯이 말이다.

이런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의 북한에 대한 조기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민족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중국의 동북공정도 북한 합병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즉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과거 고구려, 발해에 대한 역사적 주권을 확보해 놓음으로써 북한 합병의 명분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진단은 북한경제의 대중 종속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중국이 북한을 영토적으로 합병하려고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은 하지 않지만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의 사실상의 속국이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북한의 대중 교역 의존도는 39%(2006년 수치)에 이른다는 사실도 이들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북한경제의 대중 식민지화 주장은 햇볕론자들이 많이 개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의 경제적 속국화의 위기를 부각시켜 남북경협을 강화해야 한다는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중국의 북한 합병을 우려하는 조기 흡수통일론자들이나 북한의 경제적 속국화를 우려하는 햇볕론자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즉 북한 변화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래 운명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력은 가능한 차단하고 한국의 영향력이 더 커져야 한다는 보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영향력과 한국의 영향력을 대립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황장엽과 리처드 펄의 중국 역할론

이에 반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으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국제비서가 있다. 황 전 비서는 북한 민주화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중-북 동맹관계를 단절하면 김정일 정권 교체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북한은 김정일 교체 이후 중국적 개혁개방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북한정권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미-중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리처드 펄(Richard Perle)도 황 전 비서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 리처드 펄은 그의 책 “An End to Evil: How to Win the War on Terror”에서 중국 압박을 통한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를 주장하고 있다.

“오직 군사적 압박만이 김정일을 굴복시킬 수 있다. 미국의 대북 공격 압박은 결국 중국으로 하여금 김정일을 제거하게끔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친중 공산주의자라도 김정일을 제거하고 들어서는 정권은 미국에게 훨씬 이롭고 미국은 이와 같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시 행정부에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빅터 차도 황장엽이나 리처드 펄 보다는 온건하지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중국 협력론을 주창했다. 빅터 차는 Political Science Quarterly 2004 여름호에서 중국이 스스로 북한 핵에 대해 압박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따라서 북한 문제 해결하는 데 미-중 협력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바람직한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확연히 나누어져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가능한 중국의 입장을 축소하는 방향에서 한국의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중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아가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 보이는 이 두 입장도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는 현실 판단에 있다. 중국의 북한 개입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입장이나, 그렇지 않은 입장이나 동일하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中의 대북 영향력 실제는 미미” 의견 다수

하지만 이와 전혀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실상 크지 않다는 것이다.

2007년 8월 28일 제7차 한-중 지도자 포럼에 참가한 쉬둔신 전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 한국의 친구들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과도하게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에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은 주로 중국 내 북한 전문가나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필자가 만나 본 중국 씽크탱크 소속 학자들, 외교부, 국방부 관료들도 모두 동일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이와 같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진단하는 문제에서부터 무엇이 바람직한 중국의 대북정책이냐를 평가하는 가치 판단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통일된 입장을 도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은 점차 높여 가야 한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 문제를 둘러싸고 언제가는 심각한 국론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중국의 대북정책 진단에 대한 한국 사회의 합의 수준을 올려가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근거 없이 反中감정 자극 말아야

첫번째는 불확실한 근거로 불필요한 반중 감정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북한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아주 박약하다. 두 가지 근거가 있는데 하나는 중국이 과거 티벳을 침략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북한도 침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초기 사회주의 중국과 개혁 개방 이후의 중국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재의 중국은 1950년대와 다르게 국제 의존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행동은 중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쉽게 선택할 수 없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을 북한 합병의 전조로 보는 의견도 있다. 동북공정의 과거사 왜곡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공존한다. 중국 학자들도 동북공정 이면에 과거 만주 땅에 대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명백한 근거도 없이 이를 북한 합병 논리로까지 정치적으로 비약시키는 것은 불필요한 반중 감정만 자극할 뿐이다.

북한문제는 민족주의 아니라 국제협력으로 접근해야

두 번째 원칙은 민족주의적으로 중국의 북한 개입 문제를 바라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중국이 개입하든, 미국이 개입하든 북한 문제를 평가하는 기준은 북한 내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햇볕론자들은 자신들의 퍼주기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서 보편 가치를 옹호하기 보다는 한국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성을 부각해가며 퍼주기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대북 경협과 한국의 대북 경협을 비교해보면 중국의 대북 경협이 훨씬 북한의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데일리NK 기획&이슈 참조). 이에 반해 한국의 대북경협은 개성공단, 금강산 등 북한의 내부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영향을 못주는 것들이 다수이다.

북한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 북한 내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촉진하는 것이라 할 때 한국의 대북경협 방식보다 중국의 경협 방식이 훨씬 바람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경협은 북한으로 하여금 시장경제 개혁 없이도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환상만을 심어주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족주의적 노선보다는 국제협력 노선을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 북한의 민주주의와 경제재건 문제를 한국이 혼자 다 떠맡으려고 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적으로 북한 문제를 접근하기 보다는 국제협조 노선에 입각해서 접근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 교체가 우리의 당면 목표라면 적은 최소화하고 우방은 늘려야 한다. 중국과 김정일을 떼어놓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반중 노선을 취하게 되면 그걸 가장 환영할 사람은 김정일일 것이다. 자신은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반드시 친김정일 노선을 펴야 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북한 핵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적극적인 개혁 개방에 나서지 않는 김정일 정권에 불만이 많다.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대안 없이 김정일 정권이 붕괴할 경우 북한에서 대량 난민이 발생하여 중국 사회의 안전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북한 내에 대체 세력이 존재하여 김정일이 실각하더라도 충분히 북한의 질서를 유지하고 난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면 중국이 그 대체 정권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한국도 북한의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구상하는 데 중국과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중국의 정책결정 과정도 갈수록 다원화

세번째, 중국 내부 의견도 다원화되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잘 파악하고 활용해야 한다.

과거 중국은 당 중심 체제로 모든 정책결정은 공산당 상부에서 아래로 일사분란하게 내려 왔다. 그러나 중국도 현대화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다원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중국 싱크탱크의 학자에 따르면 현대 중국도 과거처럼 공산당 지도성이 관철되고 있기는 하지만 공산당의 정책이 합의되는 과정은 다원화되어 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학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내부 토론회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격렬히 충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내에서도 전통적인 북-중 혈맹관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들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에 의하면 “한국전쟁은 조선 지도부가 스탈린의 지지로 일으킨 전쟁이다” “중국은 전쟁 참전으로 경제가 크게 악화되었으며,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중국은 조선전쟁 참전으로 매우 귀찮은 이웃 국가를 얻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주장과 더불어 스인훙 교수는 “핵 문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중국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앙일보」, 2003년 7월 29일 ).

스언지루(沈骥如)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전략연구실 주임에 의하면 1961년에 체결한 “중․조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북한에게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였으며, …….중국정부는 북한에게 조약 개정을 공식 제기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沈骥如, “維頀東北亞安全的当務之”,http://www..iwep.org.cn/wep/200309/ )

천진사회과학원 왕중원(王忠文)은 ‘김정일 세습제’와 ‘정치 박해’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王忠文, “以新視角審視朝鮮問題與東北亞形勢” 『戰略與管理』2004年 4期. 현재 이 잡지는 폐간 )

이처럼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반북적인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대중 외교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중국, 한반도 운명과 뗄 수 없어

한국도 이제는 중국의 당-정 중심의 외교관계 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학자, 전문가 집단과의 교류도 강화하는 등 외교 채널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변적인 것으로 언제든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북-중 혈맹관계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도 대중 외교를 다원화하여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변하더라도 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반도의 운명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왔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하는가 하는 것은 또 한번 향후 1세기 한반도의 질서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중국의 대북정책을 정확히 진단하고 한국의 대중 정책을 짜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앞세워 중국을 살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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