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여m 높이의 이 냉각탑은 그동안 미국이 여기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를 통해 북한의 핵시설 가동 여부를 확인해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시설이다.
이미 불능화 처리된 냉각탑에 대한 폭파 제의는 북한이 미국에 제시했다. 대선 전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부시 행정부에 ‘선물’을 던져주면서 동시에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판단에 따른 행동으로 읽혀진다.
이번 냉각탑 폭파는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ABC 방송, 일본의 민영방송 TBS와 교도(共同)통신, 중국의 신화통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등도 폭파쇼에 참가한다. 남측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MBC가 초청됐다. 이처럼 북한은 6자회담 관련국들의 언론사들을 모두 초청,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월 뉴욕필하모닉 평양 공연과는 달리, 이번에는 북한 전역에 냉각탑 폭파 장면을 방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초강대국인 미국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했던 김정일로서는 북핵의 ‘상징물’을 폭파하는 것을 보여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지 플루토늄 핵시설 중 하나인 냉각탑 폭파가 북핵문제 완료형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적 쇼’가 자칫 북핵문제 해결의 신호탄으로 인식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리아 핵협력설 등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26일 북한이 제출할 핵 신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은 제외됐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북한이 제시한 이벤트인 ‘냉각탑 폭파’는 플루토늄 핵심시설 불능화의 하나일 뿐”이라며 “냉각탑 폭파를 보고 감격해 하거나 북 비핵화의 전체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이어 “미국 부시 행정부는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북핵 실적이 없어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북한도 식량난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이 급박했다”면서 “이에 따라 북핵에 대한 진실규명보다는 정치흥정에 따른 결과물로 결국,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쇼’를 하고 외교적 성과인양 이야기 한 후 분위기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