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젖을 먹어 네가 젊은거야…”

“동생, 왜 그렇게 젊은지 알아..누나 젖을 먹어서 그래….”

8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실시된 3차 화상상봉에서 김봉규(여.80) 할머니는 북측에 남겨두고 내려온 막냇동생 택규(66)씨를 보고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 “네가 택규구나. 내가 젖을 먹였던….”

봉규씨는 강원도 안변으로 시집을 갔다 해방이 된 후 남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잠시 친척집에 다녀간다는 기분으로 친정집을 떠나온 것이 1950년 6.25가 터지면서 생이별로 이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칠순 노인이 돼 화면에 등장한 남동생 경규(76)씨도 반가웠지만 이름만 기억날 뿐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던 택규씨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봉규씨의 딸 순전(55)씨가 외삼촌 택규씨를 보고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인다”며 살갑게 말을 건네자 봉규씨가 “내 젖을 먹어서 그래”라고 말해 택규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봉규씨에게 막냇동생에 대한 기억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큰딸을 낳고 친정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서 아기에게 먹이고 남은 젖을 그 때 5살이었던 택규씨에게도 나눠 먹였던 것. 봉규씨는 “그랬더니 동생 얼굴 살이 통통하게 붙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봉규씨는 북쪽에 남은 부모님과 각별하게 지냈던 여동생 춘규씨가 사망했다는 얘기를 동생들로부터 전해 듣고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그랬구나”라며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훔쳐냈다.

봉규씨의 아들 일문(45)씨가 생전 처음으로 얼굴을 본 북측의 외삼촌에게 “난 지금까지 명절하면 슬픈 날인 줄로만 알았다”고 하자 “우리도 (북쪽에서) 자식들 결혼식 대사도 많이 치렀지만 그때마다 누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경규씨가 되받았다.

또 “어머니가 누이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실 때도 눈을 감지 못하셨다”고 전해주자 봉규씨는 “처음에 내려와서는 어머니가 앞에 서 계시는 것만 같아 먼 곳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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