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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53) 대표는 최근 정보기관으로부터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북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북한에 억류중인 국군 포로 전용일, 장판선 일가족 및 납북자 이재근, 진정팔, 김병도씨 등 십 여명을 국내로 데려와 가족과 상봉시켰다. 이것이 북한의 눈에 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적으로 최 회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고, 납치 및 모략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 대표가 정보기관으로부터 테러 위협이 있음을 통보 받은 것은 이전에도 수 차례였다. 그러나 이번 경고는 예전과 다르게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국정원에서 어떤 내용을 알려왔나?
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요청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당한 위협이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북한에서 이런 내용을 직접 흘렸는지, 아니면 정보기관의 망을 통해 파악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최근에 파악된 것 같다.
-이전과 구체적으로 다르다고 느꼈는가?
이전에는 조심하라는 차원이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경고로 받아들였다. 정보기관에서 납치나 테러와 같은 위협 형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못하면 나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데.
정보기관에서 특별히 그럴 이유가 있겠는가. 아마 북한에서 나의 활동을 억누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도 없다. 나는 두려울 것이 없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두려워 할 이유가 뭐있나.(웃음)
-앞으로도 북한에서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구출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
활동이야 계속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버지도 처형당하시고 어머니도 지난달에 돌아가셨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우리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씻겨주는 것이다. 정부가 못하면 나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납북자 문제로 적십자 회담이 열리고 있는데.
큰 기대하지 않는다. 수천억 원을 북으로 보내고, 각종 경제∙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납북자 생사확인도 못하는 것이 정부다. 그러면서도 비전향 장기수는 송환한다고 그런다. 북한 눈치나 보고 있는데 일이 잘 되겠는가.
-사망한 장기수 정순택씨 시신을 북측에 있는 가족에게 인도했는데.
시신은 가족에게 보내는 것이 백번 옳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가족들도 만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죽은 사람만 인도적 차원의 대상이 되는가. 북측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왜 안되는가.
“아버지 유해 찾아 합장해달라는 것이 어머니 유언”
-비전향 장기수 문제와 납북자 문제를 상호주의로 풀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이미 2000년 6.15 이후 비전향 장기수를 조건 없이 북한으로 보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납북자를 받아야 할 차례다. 상호주의는 말이 되지 않는다. 먼저 납북자를 보내라. 납북자는 선량한 민간인들이 북으로 끌려간 것이다. 장기수와는 다르다. 상호주의 대상이 아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기신 말씀은.
아버지 유해를 찾아서 합장을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중국에 가서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데려 오니까, 어머니께서 “왜 네 아버지는 못 데리고 오냐”고 말씀하셨다. 아버지 시신은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머니 소원이신 만큼 반드시 찾아서 함께 묻어드리겠다.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 신변 걱정 하지 말고 납북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달라. 북한 눈치만 보지 말고, 이제 우리 목소리를 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