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을 죽인 보위원이 한국에 있다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탈북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죽인 보위원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할까? 이번 주 개막을 앞둔 북한인권국제영화제의 제작지원작품 ‘선처’는 이 같은 물음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3분여 러닝타임의 단편영화로서 탈북자 심영조가 탈북 당시 아내와 가족들을 체포·살해하고 희롱한 보위원을 죽여, 경찰에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보위원은 심영조의 가족들을 살해 후 탈북, 한국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담당 형사는 단순한 살인 사건으로 여기고 ‘죄에 대해 반성의 여지가 없음. 엄중 처벌 요망’이란 소견과 함께 조서를 마무리하려한다. 이때 심영조를 보살폈던 선교사가 담당 형사를 찾아오고, 심영조와 피해자 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선처'(권순도)의 스틸컷.
“영조는 한국에서 적응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부인을 희롱하고 가족들을 죽인 보위원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들은 것이죠. 형사님, 이 모든 것이 영조만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


영화를 제작한 권순도 감독은 지난 7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형사 사건을 통해 북한인권을 말하고 싶었다”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사실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형사 사건을 주제로 북한 인권문제 풀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선처’ 같은 일이 실제 한국사회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권 감독은 극중 보위원은 북한에서 파렴치한 인권유린의 범죄자였지만 그들 같은 탈북자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회의론을 내놓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처벌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 시스템 상 그들을 받아들여야한다”면서 “그들은 탈북자들에게 가하는 인권유린 행위를 ‘정상적’인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더욱이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스러운’ 행위로 알고 있다. 그들이 탈북하면 관련된 교육을 진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기독교 영화를 제작해오던 권 감독은 “북한인권 문제를 신문·뉴스로만 접하다가 북한인권 운동의 일선에서 일하는 지인의 권유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모티브는 지난 2002년 심양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한 한미네 가족 사건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에서는 국경을 탈출하려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 빠져나가자’라는 처절한 다짐이 스며들어있다”면서 탈북의 처참함을 함께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권 감독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너무나 참혹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은 한국 사람들의 현실과 동떨어져있다.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흔치 않다”면서 북한인권 영화의 인지도가 낮은 원인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통일의 당위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절반이다. 그들에게 통일을 열망하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일깨워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선처’는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제작지원 작품으로 오는 10일, 개막식 전인 5시 20분부터 6시 30분까지 ‘따뜻한 이웃’ ‘인사이드’와 함께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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