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北동생 만나는데 상봉 하루전 쓰러져

0…26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1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에 사는 동생을 만나려던 70대 할아버지가 상봉을 하루 앞두고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 군포에 사는 전종원(73) 할아버지는 25일 오전 사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로 출발하기에 앞서 목욕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전 할아버지의 가족은 “평소에도 고혈압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상봉행사를 앞두고 신경을 많이 쓰신 모양”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방 직후 원산 공업전문학교에 다니다 남행길을 택한 전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반백년간 헤어져 지내던 여동생 종순(70).종옥(68)씨와 남동생 조노(63)씨등을 만날 예정이었다.

전 할아버지가 쓰러진 뒤 부인 권차순씨는 “나라도 시누이와 시동생을 만나야겠다”며 속초로 향했으나 이날 오후 전씨가 위독해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가족들의 말에 차를 돌려야 했다.

0…남쪽 최고령자인 박간남(97) 할머니는 경북 예천에서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 이날 오후 속초에 도착했다.

박 할머니는 북에 있는 아들이 이산의 아픔을 안고 끝내 숨을 거뒀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손자.손녀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상봉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박 할머니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손자, 손녀를 만나게 된다니 꿈만 같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박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무리를 한 탓인지 방북교육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0…해방 직후 시댁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김옥순(81.서울) 할머니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에 사는 남동생 영덕(62)씨와 여동생 이순(77).유순(71)씨를 만난다.

척추 수술을 한 뒤 거동이 편치 않아 아들과 함께 방북하는 김 할머니는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며 “오늘 밤이 매우 길 것 같다”고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

0…평양 토박이인 김석훈(86.경기도 수원시) 할아버지는 이날 오후 1시께 일찌감치 집결지인 한화콘도에 도착했다.

평양사범대를 졸업하고 해주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1.4후퇴 때 형제들과 함께 남으로 내려온 김 할아버지는 북쪽에 두고 온 여동생 연희(82).숙자(68)씨와 상봉을 하게 된다.

김 할아버지는 “상봉자 등록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며 “이제 진짜 북녘 땅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신장암 3기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힘겨워하면서도 “죽는 날이 멀지 않았는데 이번 상봉을 하늘이 주신 선물로 여기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