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북한

북한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져 있다.

안으로는 예상치 않은 수해로 인적, 물적 피해가 막심한 실정이며 밖으로는 미사일 발사 후 대북 압박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 집중 호우로 평양을 비롯해 평안남도 양덕.신양.성천군, 황해북도 신평.연산.곡산군, 강원도 김화.금강.창도군 등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가장 심한 양덕군의 경우 1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1만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평양시도 대동강이 범람해 옥류관과 수 많은 양수장이 침수되고 생산건물과 전력공급망, 철도가 파괴됐다.

인명 피해와 관련, 북한은 ’수백명’이 사망.실종됐다고 전했으나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사망.실종자가 3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번 홍수로 6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며 “3만ha의 농경지가 침수.유실.매몰됨에 따라 10만t 가량의 식량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에 또 한번 주름살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식량난 가중은 주민들의 배고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식량소요량은 연간 650만t. 최대로 낮춰 잡아도 연간 550만t은 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체 생산량은 지난해가 450만t에 불과, 매년 100만∼200만t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부족분은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메워왔지만 미사일 발사 후 대북 식량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해까지 당해 올 겨울부터 본격적인 식량난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번 수해로 연초부터 야심만만하게 준비해 왔던 ’대(大)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전격적으로 취소, 수해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반증했다.

북한은 수많은 아사자가 속출한 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을 2000년 10월 끝냈다고 선언한 후 식량사정 등이 점차 호전돼 왔으나 올해 수해로 또 다시 ’제2의 고난의 행군’에 들어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민심의 동요로 이어질 수 있고 체제 불안감이 증폭돼 북한 당국의 사회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사일 발사 후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이 같은 ’내우’에 겹쳐 북한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을 압박한 데 이어 미국은 북한의 선(先) 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일축하고 광범위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차관은 지난달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0년에 해제했던 대 북한 경제제재들을 다시 실시하는 방안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박사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북한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계좌뿐 하니라 고위층들의 합법적인 계좌까지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중국과의 관계에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찬성했고 최근에는 중국 최대 외환은행인 중국은행이 마카오지점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으로 미국측이 확인했다.

나아가 선양(瀋陽) 주재 미국영사관에 보호중이던 탈북자 4명 가운데 3명의 미국행에 중국이 전례없이 동의한 데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10자회동을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측의 끈질긴 설득에도 제 갈 길로만 가는 북한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북관계도 꼬여가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남측의 쌀.비료지원 거부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 중단을 선언하고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현장의 인력을 사실상 추방시켰다.

따라서 남북관계도 더 강경해질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려 경색 국면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의 칩거는 미사일 정국 이후 국제정세나 북한의 향후 행보 등에 대한 고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국면전환용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결과적으로 국제적 고립만 자초했다”며 “국제사회의 시각이 생각보다 냉담하고 북한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당분간은 정세를 관망하면서 냉각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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