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범관광 앞둔 백두산 지역 현지 표정

“해 뜬다/이 삼천리 강산 모든 풀잎들 꽃잎 이슬들/아침 햇발 한 살 한 살에 눈 뜬다/물싸리꽃 곰치꽃/우정금꽃/기뻐라/1백년 전 하나였던 것/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아니 3백년 전/어느 먹밤 터무니에도/오로지 하나였던 것/1백년 후/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1백년 전/1백년 후/이 사이 펄펄 살아난 지금/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고은의 ’다시 백두산에서’ 중).

지난 23일 새벽 백두산에 오른 고은(72) 시인은 태고의 신비를 품고 바다처럼 아득히 펼쳐진 구름 위로 ’쩡’ 소리를 내듯 불쑥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을 지켜보며 이 땅에서 살아가는 뭇생명들에게 열정적인 시낭송으로 축복을 내렸다.

같은 시간 장군봉 너머로 기울어가는 둥근달, 새벽 어스름이 내려앉은 천지(天池)의 현묘한 출렁거림, 그곳에서 우주의 기운을 토하듯 산정으로 불어올리는 힘센 바람은 일월성신, 천지인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신령스런 시간을 만들어 냈다.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인 남북 문인 200여명은 백두산 영봉을 붉게 물들이며 천리 수해 위로 떠오른 햇살을 받으며 60년 분단이 가져다준 아픔과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였다.

수천년 한 핏줄로 살아온 형제들에게 지난 몇십년 아웅다웅 다퉈온 시간들은 장엄한 해돋이를 보며 내질렀던 짧은 탄성에 묻혀 한순간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렇듯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게 이념과 체제에 따른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이자 우주적 존재감을 안겨주는 성스런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백두산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와 현대아산이 북측과 백두산관광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다음달 말쯤이면 시범관광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5일 남북작가대회 참가차 백두산에 오른 남측대표단 문인 100여 명은 시범관광에 앞서 백두산에 마지막으로 오른 셈이 됐다. 백두산관광의 선결 조건인 백두산 기슭 삼지연 공항에 대한 보수가 27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지연 공항은 개마고원에서 이어진 이깔나무와 자작나무(봇나무) 숲의 한가운데 넓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두 동의 아담한 건물과 다소 낡은 콘크리트 바닥의 활주로를 갖고 있는 작은 공항이다.

평양공항에서 이곳까지 비행거리는 505km, 비행시간은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삼지연 공항에서 백두산까지는 30km가 넘는다.
공항에서 내리면 이깔나무, 전나무, 자작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따라 삼지연읍에 이른다. 일부 구간은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으나 대부분의 도로가 1차선 폭의 비포장이다. 백두산에 이르는 길도 마찬가지다.

삼지연읍은 북구의 도시를 떠오르게 할 만큼 뾰족한 삼각형 지붕을 갖춘 예쁜 통나무 집들이 모여 있다. 남북작가대회에 참가한 한 시인이 “영화 ’가위손’에 나오는 동화같은 마을과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북한 당국은 이곳을 관강휴양도시로 특별히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22-23일 방문 때는 건물 신축공사가 여기저기 펼쳐지고 있었다.

삼지연읍의 가까운 곳에 베개봉 호텔이 있다. 1986년에 개실 47개실로 지은 이 호텔은 최근 100호실 규모로 증축했다. 증축된 동은 전화기 등이 가설되지 않는 등 아직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

4개 식당에 연회장 등이 갖춰져 있으며 백두산에서 돌버섯, 감자, 고사리 등으로 만든 음식은 무공해 ’웰빙’ 식품으로 손색이 없고 맛도 좋다.

삼지연읍에서 2km 근방에 둘레 3.5km 크기의 자연호수 삼지연이 있고, 김일성 주석의 거대 동상이 있는 삼지연대기념비 등이 있다. 이곳에서 28km 거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났다는 백두밀영과 정일봉이 있고, 그 중간 12km 지점에 리명수 폭포가 있다.

베개봉호텔에서 백두산 정상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파르지 않은 도로를 오르는 여정에서 무성하던 이깔나무 숲은 차츰 두메양귀비 등 야생초 군락으로 변해간다. 산정에 이르면 강풍을 이기지 못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2750m) 바로 아래까지 버스가 올라가기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는데 그다지 힘들지 않다. 장군봉과 향도봉 사이에 천지로 내려가는 계단이 놓여 있으며, 천지까지 내려갔다오는 데 대략 3시간이 소요된다.

아득히 펼쳐진 산맥과 계곡들, 100만년 전 화산폭발과 용암이 흘러내린 형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백두산을 둘러본 강태형 시인은 “외국에 가서 자주 느꼈던 국토의 콤플렉스를 이곳에 와서 말끔히 씻었다”면서 “백두산의 웅장한 위용과 남쪽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북반구의 이채로운 풍경은 하나였던 우리 땅이 얼마나 크고 다채로운 모습을 갖고 있는지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백두밀영에서 만난 북측 안내원 박은주(24) 씨는 남쪽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두산관광의 시범관광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혀 몰랐다. 그는 방문자들로부터 이 소식을 듣자 “한 동포를 자주 만날 수 있다니 너무 기쁘다”면서 “동포들이 자주 오고가면 한 가정처럼 민족이 하나되는 통일의 날도 가까워지지 않겠느냐”며 반가워 했다./백두산=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