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북 예산 어떻게 짜였나

통일부가 9일 공개한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사용계획 및 통일부 예산안은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이 추진하되, 경협은 비핵화 진전 등 4대 원칙에 맞춰 추진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실제 쌀.비료는 국제 시세가 크게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된 반면 남북 경협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인도적 지원에 6천400억원 = 정부는 한해 사이 국제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총액 6천437억원을 들여 쌀 40만t, 비료 30만t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록 남북관계 경색 속에 정부가 올해 쌀.비료 예산 3천485억원 중 여태 단 1원도 쓰지 못한 만큼 현재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책정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를 책정한 것은 남북간 대화가 재개될 경우 작년에 비해 수천억대의 재정 부담이 추가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과거 정부 수준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쌀 지원의 경우 일단 이번 예산안에는 기존 차관 형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처리됐지만 정부는 국회와의 협의가 잘 될 경우 내년부터 무상지원 형태로 바꾼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그리고 영.유아 지원, 보건의료 협력.산림협력 사업은 올해 책정된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국제기구 및 민간단체를 통한 간접지원은 기금지원 합리화 및 예산절감 차원에서 5~10% 감액키로 했다.

아울러 남북간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중시하는 정부의 기조가 반영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통일부 예산이 올해 1억원에서 1억9천만원으로 늘었다.

또 탈북자 입국 증가 추세를 반영, 탈북자 교육훈련비 및 정착금 지원 예산을 올해 452억원에서 내년 51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협 예산은 반토막 = 인도적 지원 예산이 증액된 반면 남북협력기금상의 경협 예산은 올해 잡혀있는 6천101억원에서 약 51% 감소한 3천6억원이 편성됐다. 지난 7월 주무부처인 통일부 안(案)에는 4천34억원이 반영됐지만 그마저도 약 1천300억원 가량 깎인 것이다.

물론 인도적 지원액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불가피하게 경협 몫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그 보다는 북핵진전.경제적 타당성.재정부담 능력.국민적 합의 등 이른바 ‘경협 4원칙’을 적용, 경협사업을 ‘깐깐하게’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조가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정부 재정상황을 감안, 부처별 배정한도를 준수하려 노력했으며 경협 4원칙에 의거, 사업별 재평가를 통한 조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10.4 선언 등 기존 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간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 10.4선언에 포함된 각종 경협사업 비용과 개성공단 근로자 숙소 건설 비용도 내년 경협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추가 예산수요가 발생할 경우 여유자금으로 편성한 2천530억원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북간 합의를 통해 10.4선언이 이행되더라도 첫 해에는 삽을 뜨기에 앞서 각종 조사에 상당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여유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10.4 선언 전면 이행에 14조3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정부가 대략 추정했음을 감안할 때 여유자금을 모두 10.4선언 이행에 투입하더라도 전체 이행 비용 추정치의 1.8%에 불과하다.

결국 10.4선언 이행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이번 경협 예산 책정에 반영됐다는게 많은 이들의 분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