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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기구(WFP) 등이 내년 봄 북한에 극심한 식량난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식량난이 닥치더라도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이 나와 주목된다.
평화재단이 26일 ‘북한의 대량아사, 다시 오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의 법륜 스님은 발제를 통해 “북한에서 아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수확량이 평년작 수준인 430만t이 돼야 하지만 올해 가을 생산량은 280만t에 그쳐 대량 아사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그는 “올해 북한의 식량 수확은 도(道)별 생산량 189만t, 개인 소토지 생산량 30만t, 농민 보유식량 10만t, 교화소 및 관리소 생산량 15만t, 예비곡물 5~6만t, 이모작 생산량 30만t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중국으로부터 약 20만t, 국제식량계획(WFP)의 7만5천t을 포함한다 해도 총 307만5천t의 공급량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300만 명의 아사자를 낳았을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의 식량 위기는 매우 분명하다”면서 “북핵 등 정치, 군사적 이슈에 매달려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외면한다면 1995~98년의 대량아사보다 더한 참사를 빚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탈북자 출신으로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영희 씨는 이에 대해 “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아사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내 관심을 모았다.
김 씨는 “고난의 행군 이후 기근상황에 대처하는 주민들의 생존방식이 형성돼 있어 대량아사가 일어날 확률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기득권층의 비자금 조성공간으로 이용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옥수수나 옥수수가루를 지원하는 등 북한 비기득권 층에 지원식량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함께 토론자로 나선 탈북자 출신의 강재혁 데일리NK 기자도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며 “외부지원이 끊겨도 살아남을 수 있는 충분할 ‘실력’을 키워서 (식량난이) 대량아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식량난 문제에 대해선 “북한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지원이 대폭 줄고 있어 식량난은 불가피하다”며 “장마당에서도 쌀값이 많이 올라 1kg당 1100원까지 급등한 데도 있다”고 말해 식량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강 기자는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하더라도 식량지원 자체가 이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의 대량아사 사태가 최악에 이르렀던 90년대 중반에도 대규모 식량지원을 했지만 실제로 북한 주민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탈북자들은 북한사회의 농업 및 배급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대북지원을 하더라도 그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전혁 씨는 “북한의 농업기반이 부족한 데다 쌀을 생산해도 대부분이 군량미로 쓰이거나 간부들에게 배급될 뿐”이라며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도 입에 풀칠도 못하니까 차라리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씨는 “지원받는 식량도 베트남 같은 나라에 팔아먹는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지원식량의 분배 투명성이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