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피해자 진경숙씨 가족, 대통령에게 탄원서 제출

▲문정훈씨(오른쪽)가 2004년 청와대 앞에서 부인 진경숙씨의 구명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데일리NK

지난 2004년 8월 중국 지린(吉林)성 북한 접경지역 지역에서 납북된 탈북자 출신 한국인 진경숙씨가 작년 1월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관측되는 가운데 진씨 가족들은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당시 신혼여행차 남편 문정훈 씨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진씨는 북한에 있는 사촌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북측 공작조에게 납북된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된 사실이 알려지자 납북자 단체들 중심으로 송환 및 생사확인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9월 국정원은 진씨가 북한의 아편재배 현장 동영상을 입수하려다 납북됐다고 국회 정보위에 밝혀 진씨 가족들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진씨의 모친 박신애씨는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05년 1월 딸(진경숙)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지인으로부터 ‘딸은 이 세상에 없으니 돈을 보내지 말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으나, 여태까지 정부는 딸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면서 “딸이 죽었건 안 죽었건 자국민 보호에 소홀한 정부를 가만 나둘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2005년 1월과 올해 5월 북한 보위부 소식통으로부터 진씨가 ‘잘못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는 사망했거나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용소에 수감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도 대표는 “진씨의 죽음은 전적으로 생사확인과 송환 노력을 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정부는 진씨를 납북자 명단에 넣지 않고 있으며 납북사건 진위 여부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정원이 진씨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아편재배 현장 동영상을 입수하려 했다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진씨를 죽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북한에서 모진 고문 등으로 사망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진씨의 혐의를 공개한 것은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정훈 씨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생사확인을 해달라고 정부에 온갖 방법을 통해 요구했지만 정부는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씨 문제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진씨 문제 말고 납북자 생사확인 등 북한과 협상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면서 “진씨 같은 경우 납북 여부에 대해 국정원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납북자라고 인정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그는 “진씨는 탈북자로서 다시 북한으로 납북된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