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문제로 日고립 주장은 지나친 확대해석”

일본 정부가 15일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의지를 홍보하기 위한 TV 광고를 보름동안 실시하겠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결렬 된 뒤 하루 만에 나온 이 발표는 일본 정부가 납치자 문제에 대해 양보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아베 신조(사진) 총리는 이날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 답변에서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매우 심각하고, 에너지와 식량도 부족하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가 어떻게든 필요하다는 인식을 아마 마음 속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소 외상도 “납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북한의 상층부가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납치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대응’을 위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실시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국민들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베 정권이 납치자 문제에 대해 날을 숙일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북일간의 대립구도가 향후 회담과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납북자 문제 집착으로 日만 외톨이?=일본 정부가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서 일본이 고립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RFA(자유아시아방송)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납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면 스스로 고립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아베 신조 총리가 일절 양보를 거부할 경우 일본과 북한 간 의견 충돌이 지속돼 대북 적극 노선으로 돌아선 미국과 공동 보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의 결렬 이유를 ‘납치자 문제에 집착하는 일본의 탓’으로 돌리고, ‘과거청산’ 문제까지 꺼내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취임 이후 계속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베 총리가 대북강경노선을 통해 7월 참의원 선거를 돌파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본에서 납치자 문제는 정치적 배경을 떠난 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만큼 일본내 납치자 여론이 강경하다는 설명이다.

일본 고립론에 무게가 실리자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하는 모임’은 10일 도쿄에서 긴급 토론회를 갖고 “고립되고 있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김정일이다. 일본 정부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납치문제로 일본 고립주장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것.

이 단체 상임부회장은 니시오카 쓰도무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는 “일본이 ‘납치 문제 진전 없이 대북 지원 없다’는 자세를 관철해 그것을 213 합의 의사록에서 다른 5개국이 인정하도록 한 것은 아베 외교의 승리”라고 말했다.

시마다 요이치 교수는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 논의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와 관련 “북한을 테러국가로 지정한 미 국무부 보고서의 납치 관련 기술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한국의 납북자 문제도 포함시키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北, 6자회담 파행 될 경우 日책임론 부각?=이밖에도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이 파행을 겪으며, 6자회담의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13 합의에 따라 구성된 5개 실무그룹회의는 차기 회담 재개일인 19일 이전에 회의를 개최하고, 초기 협의를 시작하기로 되어 있다. 이미 끝난 미-북,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의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부분의 회의가 오는 15~16일 열릴 예정이다.

실무회의 각각의 진전이 6자회담 진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북일 관계를 빌미로 북한이 합의 이행을 미루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

대신 논의 첫날부터 파행이 거듭한 것은 6자회담에서 일본의 발언권을 약화시키려는 북한의 정치적 계산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북한이 장기적인 경제난 해소를 위해 납치자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취한다면, 6자회담 틀 내에서 양국간 국교정상화 논의가 장기적으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북한과 미국과 모종의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납치자 문제도 미북협상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미국이 동북아 최대 우방국인 일본의 입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납치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존중해왔다. 또한 명백한 범죄행위를 미국이 덮고가기는 어려울 전망. 일본을 배제한 채 미북간 일방통행이 어려운 이상 일본 고립론은 다소 비약의 측면이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방일한 딕 체니 부통령에게 “북한의 납북 일본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는 4월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는 부시 대통령을 만나 납치자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후원을 다짐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