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국민 살해협박때 통일부는 ‘현악4중주’ 감상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던 배형규 목사의 피살 소식으로 그의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25일 무장세력들의 살해 협박을 통보해 온 시간 통일부는 부처내 회의실 준공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외신들은 25일 탈레반 무장세력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죄수 8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억류중인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오후 6시 30분에 살해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해왔다. 이러자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사건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같은 시간 외교부 청사에서 100여m 떨어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4층에 위치한 통일부는 음악과 다과를 즐기며 흥겨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일주일 전 공사가 마무리된 부처 회의실 마련을 축하는 기념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재정 장관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와 직원들은 깔끔하게 단장된 회의실에 만면에 웃음을 띠며 음악과 다과를 즐겼다.

이 행사는 통일부 장·차관과 부처 직원들이 친목을 다지고 부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격주에 한 번씩 모여 다과를 나누는 일명 ‘수다회’라는 모임의 일환이었다. 최근엔 한달 넘게 열리지 않던 이 모임이 하필이면 자국민이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돼 살해 협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 열렸다.

특히 이 행사에는 통일부 직원들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 행사 내내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때문에 작은 회의실은 마치 파티장을 연상케 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한 직원은 이 장관을 “통일부의 대스타”라고 추켜세우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행사에 앞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 장관은 ‘무장세력이 탈레반 죄수 8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을 6시 30분께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것을 알고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이 답변을 얼버무렸다.

물론 통일부는 이번 납치사건에 대응하는 주무부처가 아니다. 예정된 기념행사를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납치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종합청사에서 음악과 다과를 겸한 축하 모임을 연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일부에게는 깔끔하게 단장된 회의실이 그렇게 기뻐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자국민이 납치돼 살해 협박을 받고 있는 위급한 시점이라는 점은 충분히 고려됐어야 할 것이다. 이 장관이 ‘통일부만의 대스타’가 아닌 ‘국민 대스타’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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