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동생 만난 노 씨 “이제 두다리 펴고 잘 줄 알았는데…”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27일 개별상봉에서도 전날 ‘특수 이산가족’ 이름으로 만났던 국군포로·납북자 가족에게 눈길이 쏠렸다.

개별상봉은 이날 오전 8시 50분 남측 가족들이 상봉장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하면서 시작됐고 북측 가족들은 이보다 20분 앞서 도착해 지정된 각 객실에서 가족들과 만남을 기다렸다. 개별상봉은 비공개 속에서 진행됐다.

개별상봉을 통해 1987년 ‘동진27호’ 납북선원인 동생 성호(48) 씨를 만난 누나 노순호(50) 씨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상봉장인 금강산호텔 문을 나섰다.

노 씨는 기자들에게 “어젯밤에는 두 다리 펴고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 그랬다”면서 “동생이 대학도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닌다고 하는데, 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전날 단체상봉에서 동생 성호 씨는 “여기와서 장가도 가고 대학도 가고 이렇게 잘 살고 있다”며 “내가 여기 와서 대학 다닌다고 하면 거기서 알고 있던 사람들 믿지도 않을 것”이라고 누나를 안심시켰다.

성호 씨의 북측 가족 부인 윤정화(44) 씨는 “사위 셋이 당원이기도 한데, 우리 부모님들이 남편, 막내 사위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고, 딸 충심(21) 양은 “오랫만에 만났으면 웃음이 나와야지 울음이 나와서 되겠느냐”며 말했다.

국군포로인 형 이쾌석(79) 씨와 개별상봉한 동생 정호(76) 씨는 형님을 주려 남측에서 준비해 온 술을 주려했지만 쾌석 씨가 받지 않지 않겠다고 해 전달되지 못했다.

정호 씨는 “형님이 술을 사양하며 ‘이 술은 다시 부모님 영전에 갖다 드려라. 그리고 대신 돌아가신 어머니께 내 안부를 전해드려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동생 정호 씨는 “이 술을 가져다 꼭 어머니에게 형님이 살아계시다고 말하겠다”며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형을 위로했다.

형 쾌석 씨는 또 동생들이 가져온 어머니와 아버지의 생전 사진을 꼭 잡고 뚫어지게 보다 아무 말 없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고 전했다.

이번 개별상봉에서 북측 가족들은 남측의 가족들을 위해 술과 가족사진 3장, 그리고 과자 등이 포함된 종합선물세트가 들어있는 쇼핑백 하나씩을 준비했고, 남측 가족들은 준비해온 옷가지 등 부피가 큰 선물을 전날 화물차량 편으로 일괄 전달했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은 현지에서 구입한 사탕과 과자 등 북측 가족에게 전달한 물건들은 쇼핑백에 담아왔다. 남측 가족들은 특히 전날 단체상봉 때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인화해온 사진을 소재로 북측 가족들과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남측 가족들은 여러 장의 사진을 인화해와 미처 상봉에 참여하지 못한 북한의 다른 가족들에게 전해달며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아산 측은 남측 이산가족들을 위해 숙소인 외금강호텔(舊 김정숙휴양소) 로비에 임시로 속성 사진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날 상봉에 기뻐하던 이산가족들은 이틀째 상봉을 마무리하면서 ‘하룻밤만 자면 다시 기약없이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듯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한편, 이날 온정각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야외상봉은 금강산 일대에 구름이 잔뜩 끼고 금방이라고 비를 뿌릴 듯한 날씨가 계속돼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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