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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6.25전쟁 당시 납치 만행의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오는 16일 김정일의 생일을 맞이해 ‘가장 귀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회가 준비하고 있는 선물은 6.25전쟁 당시 강제로 납북된 사람들의 납치 경위 전모를 공개한 다큐멘터리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People of No Return, 감독 사유진)이다.
이 단체 이미일 이사장은 “삶을 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실을 직시하게 할 다큐멘터리는 김정일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6.25전쟁 당시 납치 행위는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자행됐다. 50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김일성과 뒤를 이은 김정일은 “6.25전쟁 납북자들은 없다”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납치 행위의 전모를 공개하는 다큐멘터리가 김정일 생일날에 공개되어 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족회의 바람이다.
이 이사장을 비롯해 가족회 회원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50년을 넘도록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다. 가족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가족회는 6.25전쟁 당시 납북된 9만5천여명의 납북인사들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최초로 구축하는 등 기념비적인 활동을 해왔다.
이 이사장은 “6.25전쟁 당시 납북된 사람들에 대한 정부, 사회적 관심이 적다”며 “다큐멘터리 상영을 통해 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 이사장은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앞두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이다. 3평 남짓의 작은 사무실에 한 명의 실무자와 함께 이 이사장은 NGO, 정치권, 정부, 친북적 성향의 단체들에게까지 보낼 수천 장의 초대장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제작 기간 4년, 방대한 자료 수집
– 다큐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2002년 1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만 4년 넘는 기간동안 제작했다. 6.25전쟁 당시 납북자들의 납북 경위를 알 수 있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현재 ‘뉴욕 영화제’ 출품을 해놓은 상태이다.
6.25전쟁 당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애국자들에 대한 ‘유혹’ ‘관광’ ‘전출’ 공작 등으로 이루어진 조직적인 납치행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다큐멘터리이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는 북한의 납치 만행이 ‘팩트’라는 것을 증명해 줄 것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이 얼마나 절박한지 느끼게 할 것이다.
– 다큐멘터리 내용 중에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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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작에 넘어간 납북자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형무소에서 청량리 집결소에 압송되고, 한 밤중에 미아리와 의정부를 통해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끌려가는 납북자들 사이사이의 군인들은 납북자들을 죄인 취급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 가족들이 그런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 자료 수집은 어떻게 했나?
4년 동안 인터뷰와 자료수집에 매달렸다. 납북 관련 연구자, 교수, 귀환 납북자 등 30여명의 사람들을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서부청년단원 출신 사람들, 축구선수 출신 김용일씨, 러시아 문화부상을 역임한 분 등의 증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사유진 감독은 도서관을 안방처럼 드나들었고, 밤을 밝히며 자료 수집에 열정을 보여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 제작 의도는?
전쟁 납북자들의 사연과 북한에서 수십 년 동안 갖은 차별과 고통 속에서 살았을 납북자들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 또 납북자들의 고통을 알려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제작을 맡은 사유진 감독은 ‘다비드의 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발표해 알려졌다. 사 감독은 소외 받는 소수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또한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 그에게 6.25전쟁 납북자들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 했고 그는 흔쾌히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北, 6.25 납북자 사망일이라도 알려줘야”
– 다큐멘터리 상영을 통해 북한과 한국정부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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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당시 납북된 분들 대부분은 돌아가셨을 것이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우리가 요구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이분들에 대한 생사확인, 돌아가셨다면 언제 돌아가셨는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납북자 가족들은 기일에 제사를 지낼 권리조차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북한은 생사 확인을 해줘야 한다.
우리 정부도 전쟁 납북자에 관련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국내 6.25전쟁 납북자 가족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을 해줬으면 한다.
– 신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납북자 관련 특별법을 조기 추진한다고 하던데.
무늬만 특별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납북 당사자들을 비롯한 가족, 그들과 관련된 제 3자들 모두를 아우르는 법이어야 한다. 특히 북한에게 생사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납북자 가족들이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납북자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이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고 가능하다면 공중파 방송에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으면 좋겠다.
한편 가족회는 ‘한국전쟁납북사건사료집’ 발간에 집중할 것이다. 또 적극적인 활동으로 정부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가족의 힘을 보여 줄 것이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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