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귀환어부 최욱일씨 “남은 생 가족과 함께”

“자식들 건사해준 처, 32년 만에 만나는 아들과 하고픈 말이 너무 많습니다. 고향 부모님 산소에도 찾아뵙고 싶습니다.”

천왕호 선원으로 납북됐다 귀환한 최욱일(67)씨는 31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32년 간 남녘에 있는 자식 생각 않은 날이 없었다. 어디 앉으면, 긴 밤 자다 깨면 언제 한 번 볼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당국에서 조사를 마치고 경기도 안산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1975년 7개월 된 아들을 두고 가족과 헤어졌다며 “한 생을 살아가는 데 기막힌 일도 많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기가 차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당국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큰 이상이 없다”면서 “이제 인생 말년에 아들, 딸, 가족하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보다 많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건강은 어떠냐는 질문에 “일 없습니다(괜찮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가족이 모여서 토론해서 결정하겠다”며 부인 양정자(66)씨를 향해 “스물 하나, 스무 살에 처음 만나 32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 (결혼 당시보다) 더 큰 잔치를 해야지”라고 즐거워하기도 했다. 고향인 강원도 주문진에 있는 부모님 산소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눈물짓는 부인 양씨에게 “사 남매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라며 “자네가 눈물 흘리면 옆에 있는 사람이 어찌 눈물 안 흘리나. 그러지 말어..눈물을 거둬”라고 위로했다. 또 “치(키)잡이를 제대로 해서 (아들딸이) 잘 나갔다”고도 했다.
양씨는 위로하는 남편을 향해 “몸만 안 아프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것 밖에 바라는 것이 없다”면서 눈물을 닦았다.

최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고는 “북한 보위부는 모세혈관과 같다. (탈북을) 어떻게 용케 알았구나 하는 생각에 솔직히 겁도 났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차 사고까지 나니 이제 (남녘 가족을) 못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양(瀋陽)영사관에 들어 가니 마음이 놓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더 안심이 됐다”고 회상했다.

최씨 부부는 이날 오후 납북자가족모임이 개최한 ‘납북자 송환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에 참석한 뒤 안산 아들 집으로 향했다.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걷는 모습은 32년의 이별을 무색게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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