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협의’ 합의 의미와 배경

남북 양측이 금강산에서 열린 제7차 적십자회담에서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된 사람들 문제를 협의해결키로 합의함에 따라 납북자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꿰게 됐다.

일단 이번 합의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는 못했지만 북한이 그동안 존재자체를 부인해오던 ’납북자 문제’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은 납북자라는 용어 자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언급되는 사실조차 부담스러워 했다”며 “전후 행불자라는 용어에 대한 합의는 남북 양측이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인식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이번 적십자회담에서는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납북자를 포함시켜 해결하던 우회적 해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번 합의로 납북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이상 남북 당국간 공식채널을 통한 협의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3월말 평양에서 열리는 제18차 장관급회담 등 각종 회담채널을 총동원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편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납북자 문제는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생사확인작업을 이뤄낸 뒤 상봉을 성사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송환문제로도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 관심이 모이는 대목은 북한이 납북자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입장을 바꾼 배경이다.

우선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과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이 같은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6자회담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위조화폐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 뿐 아니라 남한과 관계를 유연하게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외교적 고립이 경제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료와 식량 등 인도적 지원 뿐 아니라 경공업, 광업, 농업 등의 경제협력 파트너인 남측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가져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남쪽에서 열린 8.15행사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과거역사를 적극적으로 정리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납북자 문제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남측 인사의 방북 방문지 제한 철폐 등 ’체면주의’를 털어내자는 요구와 맞물려 남한의 전향적인 대북자세를 요구하는 근거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남측에 대해 ’나도 하니까 너도 뭔가 보이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든 셈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납북자 문제는 그동안 남한 내 보수진영이 북한을 비난하는 단골메뉴로 이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해 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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