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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들의 탈북을 도운 북한 주민의 처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임국재(55)씨의 탈북을 도왔다는 이유로 최준엽씨가 처형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2001년 귀환한 진정팔(66, 1967년 납북)씨를 도운 북한 주민 김영애(당시 나이 51, 함북 청진)씨도 같은 혐의로 공개처형 된 것으로 전해졌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31일 “당시 나를 도와 진정팔씨를 비롯해 납북자들의 탈북을 돕는 일을 했던 김영애씨가 2003년 말경 청진지역의 장마당에서 공개처형 당했다”고 처음 밝혔다.
최 대표는 “진씨가 귀환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북한은 관련자들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면서 “진씨 가족이 북한 보위부에 끌려가 15일간 조사받은 결과, 김영애씨가 안내인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는 지난 2000년 납북자 이선일씨(1967년 납북)의 탈북을 도왔고 내부에서 납북자 생사확인과 지원 활동을 했었다”면서 “북한은 김씨를 교화소로 보낼 수 있었으나 본보기로 공개처형 시켰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최 대표는 “김씨는 진씨 귀환이 후 보위부의 감시가 심해졌음에도 계속해서 납북자들을 도와왔다”며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귀환납북자 진정팔씨 “아들 통해 김영애 공개처형 확인”
귀환 납북자 진정팔씨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1년 말경 김영애씨의 도움으로 두만강을 넘어 탈북했다”면서 “한국에 입국한 이후 김영애씨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2003년 김씨의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진씨는 “이후 최성용 대표에게 공개처형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2002년 입국한 아들 용규한테도 김씨의 처형 소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 전 최대표는 납북 동진호 선원 임국재 씨는 세 차례의 탈북을 시도하다가 좌절돼 결국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고 밝혔다.
임씨는 2004년 4월 두 번째 탈북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이후 지인을 통해 최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최 대표는 북한내 안내자를 통해 임씨의 탈북을 지원했으나 보위부에 발각돼 탈북이 좌절되고 말았다는 것.
이후 최 대표는 행방불명된 임씨를 1년 넘게 추적했다. 최 대표는 최근 북한 보위부 내부 협조자들로부터 함북 청진에 있는 제 25호 수성교화소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씨와 함께 탈북을 도운 최준엽씨는 임씨가 감금돼 있는 곳으로 알려진 함남 허천군 산농노동자구에 들어갔다가 체포됐다. 최씨는 함북 도(道) 보위부에서 6개월간 고문을 받고 범행을 자백한 뒤 함북 회령시에 위치한 전거리수용소에서 처형됐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