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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들의 멍든 가슴에 못박는 통일부 장관 사퇴하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스스로 월북한 납북자들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귀환납북자들은 납북자를 월북자로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장관의 공개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납북자 가족 단체들은 통일부 장관이 납북자 귀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납북자 중에 월북자가 끼어있다는 발언으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 주장대로 납북자 명단에 월북자가 포함됐다면 이를 공개하고 제외시키라는 것이 납북자 가족 단체의 주장이다.
최욱일, 이재근 씨 등 귀환납북자 5명과 납북자가족모임, 피랍탈북인권연대 회원 15명은 13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통일부 장관 규탄 집회를 열고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업무를 맡고 있는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기본적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월북자 운운하는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납북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납북자 단체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의해 끌려간 납북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1월 귀환한 최욱일 씨는 이날 집회에서 “북한에서 30여년동안 온갖 고생과 탄압을 받으면서 살아 왔다. 납북자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통일부 장관이 납북자를 자진 월북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귀환납북자 김병도 씨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납북자들의 멍든 가슴에 다시 못 박는 것”이라며 “통일부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납북자 가족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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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참석한 5명의 귀환납북자들은 통일부 장관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통일부 진입을 시도, 이를 막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이날 이 장관을 규탄하기 위해 오전 6시 서울 잠실에 위치한 이 장관의 자택을 찾았으나 납북자 가족들이 항의방문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 장관이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출근해버려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 장관이 눈치 채고 도망갔다”면서 “취임 초부터 이 장관은 납북자 가족들의 면담을 거부 하는 등 의도적으로 납북자 가족들을 피해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부임하면서 귀환 납북자 최욱일 씨의 주민등록증 발급과 지원이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통일부 장관이 납북자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납북자 가족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이날 통일부 측에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연락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제 와서 대화할 것을 이야기하는 통일부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통일부 장관 자택 항의방문 등 계속해서 규탄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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