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송환 `창조적 발상’은 뭘까

정부가 납북자 및 국군포로를 북에서 데려오기위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비용’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비용이란 북한에 대한 지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측에 필요한 공장을 지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이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할 뿐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통일부는 10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시급성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비용 지불에 대한 정부 입장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일 방식은 아니지만 우리 나름의 창조적 발상을 해 보겠다. 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등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 5일 “비용도 들겠지만 국민들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대가 모욕을 느끼지 않고 명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7일에도 “전략적 접근을 하겠지만 접근과정에서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왜 나왔을까.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송환을 대가로 지원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으로부터 요구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 그동안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자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까지 떠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측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1993년 3월 리인모씨를 북송한 데 이어 2000년 6·15 공동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2일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북측에 보내면서 지속적으로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이렇다할 결과가 없었던 것이다.

해당자들이 고령으로, 문제 해결이 하루가 급하다는 상황 판단도 작용했다.

아울러 정부가 북핵 문제의 진전에 대비해 대북 SOC 지원안을 포함한 포괄적, 구체적 경협 계획을 준비해왔고 올해 6월 말 시행되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노력을 정부의 책무로 담고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해야 할 경협계획의 일부를 떼 내 납북자·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명목을 바꾼다면 큰 틀에서 오히려 실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인도적 현안인 국군포로 및 납북자를 돌려받기 위해 그 조건으로 대북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옛 서독이 동독 내 정치범을 데려올 때 일정액을 지급한 사례가 근거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장관이 말한 ‘창조적 발상’의 내용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함구하고 있지만 우선 북한에 가장 절실한 종류의 공장을 지어주는 지원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생필품도 문제지만 식량 사정이 더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 증산을 도울 수 있는 비료 공장 같은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매년 이뤄지는 대북 비료지원도 줄여나갈 수도 있다.

실제 북측은 과거 남북대화 과정에서 우리측에 비료공장 건설을 도와달라는 뜻을 시사한 적이 있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귀띔이다.

SOC로는 통신, 전력, 도로.철도 등 네트워크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또 남포 같은 항만의 현대화를 위한 프로젝트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SOC의 경우 적어도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우리측에 있는 장기수를 북측에 추가 송환하는 문제도 상호주의적인 측면에서 함께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송을 원하는 장기수는 비전향자를 포함해 29명에 달한다고 정부는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난해 9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가 걸려 있어서 함께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여러가지 고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있는 사안인 만큼 우리측이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대가 제공을 제안하더라도 북측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인도적 요청을 수용하는 대가로 우리측의 대가성 지원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이 적이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다른 대북 현안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북한에 비용지불을 내걸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태도가 문제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밝혔지만 그 외에는 아직 아무 것도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혀 얼마나 창조적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비용의 내역 중에 현금은 일찌감치 배제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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