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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족들 보상해주는 것도 좋지만, 부모 형제 데려오는 것이 제일 큰일이지”
납북자가족모임은 13일 설립 7주년 총회를 열고 정부가 전날 발표한 납북자피해자 관련 시행령에 대한 평가회를 가졌다. 가족들은 지원규모가 그동안 가족들이 겪은 연좌제의 고통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는 올 1월에 귀환한 최욱일 씨 등 귀환납북자 5명을 비롯해 전국의 납북자 가족 60여명이 참석했다.
가족들은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이라며 정부가 법제정에 만족하지 않고 납북자 송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법 제정이 “납북자 문제해결을 위한 한국정부 차원의 귀중한 첫 걸음을 내딘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 제정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협의 절차를 무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불신과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법 시행에 앞서 주무부처간에 이견으로 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날 총회에서는 1968년 납북된 부길호 선장 김경두 씨의 딸 김정희씨가 연좌제 등의 고통으로 살아 왔다는 사연이 담긴 편지를 낭독했다.
김 씨는 “아버지를 납치당한 것을 말 못하고 죄인으로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4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생사도 모른 채, 언제까지 기다려와 합니까”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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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부길호 선원으로 납북된 후 1978년 북쪽에서 사망한 김길오(납북 당시 32세) 씨가 생전에 북한에서 낳은 딸인 인숙(30) 씨가 직접 민속춤을 연출해 가족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북한에서 녹음된 납북자의 음성편지가 공개됐다. 이 음성편지는 납북자가족모임이 지난 2005년 입수한 것으로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가고 싶다’는 납북자의 절실한 절규 내용이 담겨 있다. 음성편지가 나오자 곳곳에서 납북자 가족들이 흐느꼈다.
납북자가 음성편지에서 “하루빨리 가족이 있는 남쪽으로 가고 싶다, 동생들아 보고싶구나”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몇몇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족들은 향후 납북자 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조치와 납북자 송환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 수립을 촉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