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문제, ‘정면돌파’ 외 방법 없다

제6차 남북적십자회담이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났다. 납북자 문제, 특히 전후(戰後) 납북자 문제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북한에 의해 강제로 납치된 사람들 가운데 남한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북한에 강제 억류되어 있는 사람은 현재 486명에 달한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북측은 “그런 문제는 거론도 하지 말라”며 딱 잘라 반대했다.

北, 송환된 납북자가 몰고올 후폭풍이 겁난 것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요구한 것은 납북자들의 생사(生死)와 주소확인이었다. 인도적 차원의 요구였지만 북한으로서는 들어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납북자 문제가 가진 폭발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납북자 문제는 납북자들의 생사와 주소 확인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납북자들의 생사와 주소 확인에 합의해 준다면 그것은 곧 스스로 강제 납치와 억류를 공식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강제납치와 억류에 대한 공개사과와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납북자 송환문제는 일거에 납북 회담의 주요의제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북한은 고스란히 납북자를 송환하지 않을 수 없다. 납북자 문제는 남북회담의 의제가 되는 순간 북한의 사과와 납북자 송환 국면으로 직접 이어질 수밖에 없는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회담 의제로 삼을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만약 일부 납북자들이 남한으로 송환된다면, 북한 정권과 체제에 위협적인 후폭풍이 밀어닥칠 수 있다. 납북자들은 주로 북한의 체제선전과 간첩교육에 이용되었다. 납북자들은 대납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납북자를 송환하는 것은 곧 납북자들의 행적과 활동에 담긴 중요한 정보를 고스란히 남측에 넘겨주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납북자들 중에는 북한 사회에 잘 적응해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적대계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이 만약 남한에 오게 될 경우에는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가 남한과 국제사회에 생생하게 드러날 것이다. 납북자들의 증언은 적어도 남한 주민들에게는 탈북자들의 증언보다 더 무거운 파괴력을 갖고 있다. 납북자들의 인권유린은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의 인권문제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납북자 문제가 갖고 있는 이러한 폭발력을 모를 리 없다.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납북자 문제, 대북경제협력과 연계해 정면 돌파해야

납북자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의 회유에 적당히 타협해줄 의제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을 적당히 구슬리는 전략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 가지 선택만 있을 뿐이다. 하나는 납북자 문제를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제협력 문제와 연계해 정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납북자는 명백하게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납북자 문제는 북한에 살고 있는 486명의 납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쪽에 있는 그들의 가족은 수십년간 가족을 잃은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납북자의 주소와 생사확인은 물론, 원하는 모든 납북자들이 남한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