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문제, 北 정치공작 대비해야 한다

▲ 지난 5월 16일 요코다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 씨와 김영남 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상봉했다. ⓒ데일리NK

1978년 전북 선유도에서 납북돼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와 결혼한 김영남 씨가 오는 6월 말 6.15 이산가족 특별상봉대상에 포함돼 남한에 살고 있는 어머니 최계월(82) 씨를 만나게 됐다.

북한 당국은 8일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납북자 김영남 씨와 모친 최계월 씨가 6.15 공동선언 6주년 남북이산가족 특별 상봉행사를 통해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상봉대상자 명단에 김씨 가족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납북자 단체 사이에서는 납북자를 특별이산가족 명단에 포함시켜 상봉시키는 행위는 ‘납북자 송환’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을 회피하기 위한 남북한 당국의 기회주의적 처사라며 강력히 비판해왔다.

그러나,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룡)은 최씨가 고령에 몸까지 불편해 하루 빨리 아들과의 상봉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가족들의 상봉 의견을 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북한의 가족상봉 제안에 대해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장관급회담에서 김씨 사건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고만 했을 뿐 별다른 대응을 해오지 않다가, 돌연 김씨를 이달 말에 상봉시키겠다고 통보해와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납치자 단체에서는 김씨와 어머니 최씨의 상봉 자리에서 메구미의 사망사실을 확인토록 해 일본의 납북자 문제 제기를 일단락 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해왔다.

아베 “일본의 납북자 협상 경험, 한국에 전할 수 있다”

일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이날 “납치문제에 관한 한 일본이 협상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측과 피해자 가족에게 전할 수 있다”며 한-일 공조를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원상회복’ 원칙론을 주장해온 일본과 한국 가족들의 갈등을 막고, 원칙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6.25납북자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지난달 방일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영남씨가 북한 내에서 어머니 최씨를 만날 경우 북한 당국의 선전대로 ‘납치가 아니라 북에서 잘 살고 있으니 남한에서 떠들지 말라. 더 힘들어진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납북자 송환이라는 정당한 요구가 훼손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피랍인권연대> 도희윤 총장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는 만큼, 북한의 의도를 간파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의 경우 건강이 염려되는 팔순의 나이에 아들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까지 외면하면서 ‘납북자 송환’이라는 원칙론을 관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점에서 일본 메구미 부모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에서 납치자 문제가 북-일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결국 김정일의 사과를 받아낸 데는 메구미 부모가 북한 당국의 상봉 주선과 같은 회유에도 ‘원상회복’이라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 북한당국이 김씨 가족의 상봉을 통해 메구미 사망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일리가 있다.

김씨 가족의 상봉은 이제 기정사실화 됐다. 가족의 상봉만큼은 기쁜 마음으로 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남북 당국이 납북자 문제를 ‘특수 이산가족’ 형태로 풀어보려는 기도는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교도소 면회보다 못한 상봉행위가 납북자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납북자 단체도 최씨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납북자 문제 해결 과정은 김씨 가족 상봉 이후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일 납북자 단체와 지원모임에서는 김씨 가족의 상봉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북측의 여러 정치공작에 대응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상봉을 통해 납치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높이고,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의 연대를 강화시키는 노력이 한층 필요할 것이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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