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문제만큼은 일본에게 배우고 싶다

▲ 16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강당에서 납북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오른쪽)씨와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납북자가족모임 사무실에서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 씨와 메구미의 남편인 김영남 씨의 어머니 최계월 씨가 사돈으로 극적 상봉을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자식들 때문에 사돈이 된 기막힌 사연의 두 사람을 지켜본 사람들은 눈시울을 훔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요코다 메구미는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78년 하교 길에 북한의 공작원에게 납치되었다. 당시를 증언하는 북한 공작원 출신자에 따르면 메구미는 북한으로 끌려가면서 “엄마 살려 주세요”라고 울부짖으며 손가락이 뭉개지고 피범벅이 되도록 선체 벽면을 긁어댔다고 한다. 내 동생 또래의 소녀가 느꼈을 공포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 김영남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78년에 전북 군산 앞바다에 있는 선유도에 수영을 간다고 나갔다가 실종되었다. 아들이 실종된 이후 지난 28년 동안 아들의 소식을 모르고 지냈던 올해 82세의 노모는 아들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지난 달에서야 그것도 한국 정부로부터가 아니라 일본 정부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북한에 납치된 두 사람은 결혼해 딸 김혜경을 두었고, 일본 정부가 확보한 김양의 유전자 감식 결과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납치 사실을 사과 받고 생존한 5명의 납치피해자와 그 가족을 돌려받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동안 북한이 ‘김철준’이라고 주장한 인물이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으로 확인되자 자국민의 납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 포스터까지 제작했다.

이 포스터에는 ‘납치, 일본은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문구와 해안도로에 어린이용 운동화 한 짝이 떨어져 있는 배경을 담고 있다. 이 운동화는 13세 어린 나이로 니가타현 해안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정부 납북자 처리, ‘원칙’ 아닌 북한 눈치보기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기본적인 임무라는 사실을 의심받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했다. 이유는 북한과의 화해협력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 ‘납북자’라는 용어조차 사용치 못하고 ‘특수이산가족’이라는 별스런 이름으로 남북이산가족 상봉 시 납북자 가족 한 두 사람을 끼워 넣는 게 고작이었다.

지난 4월 22일부터 4월 30일까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는 미국 내 북한인권 관련 NGO들의 주도로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특이했던 것은 예년처럼 탈북자나 북한 내부의 인권상황만이 아니라 납북자 문제가 주요한 이슈의 하나로 다루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하원에서 납북자 문제에 관한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했다.

일본에서의 납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무려 100여명에 달하는 일본 기자들이 비행기를 전세 내어 취재에 열띤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 기간 중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가족과 함께 부시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였다. 이 자리에는 주미 일본대사도 배석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납북자 가족은 한국공관의 도움은 커녕 자신들만의 힘으로 유엔과 북한대사관, 미국 의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한국인 납치피해자의 현실을 알리기 여념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숫자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일본의 납치피해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13명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전후(戰後)에만 485명에 이른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북측이 대범한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측도 이에 상응하는 협력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납북자 문제를 남북대화에서 공론화 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아직도 납북자 문제를 북한과 협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메구미의 부모는 북한 당국의 방문 요청 등 집요한 회유에도 불구하고 ‘메구미를 일본으로 데려오라’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납치사실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납북자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납북자를 이산가족 상봉에 포함시킨다는 단계적 접근은 결코 납북자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납치된 사람들은 납치되기 전 상태로 원상회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도 지키지 못하다면 어떤 사람이 이 정부를 믿고 자신에게 부여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는가?

이유미 / 대학생웹진 바이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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