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가족단체 ‘월북자’ 표현으로 시끌

“억울해서 참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억울한데 월북자가 웬 말이냐.”

최근 납북자가족모임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월북자’라는 표현과 ’전후 납북피해자 지원법’ 통과 문제로 시끄럽다.
발단은 지난달 14일 ’납북자 피해구제법을 통일부는 중단하라’며 올라온 글.

’부산’이라는 아이디를 쓴 게시자는 당시 “정부는 납북자 가족에게 피해구제 보상금으로 수천만 원만 준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라며 “지금도 보상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고령인 납북자 가족, 아니면 월북자 가족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글이 게시판에 오르자 “가족들을 화나게 하지 말라”,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밝히고 모든 가족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 등 회원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한 회원은 “연좌제로 사회생활도 못하게 된 가족들에게 보상 아닌 그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반문했고 또 다른 회원은 “납북자분들께 자진 월북이라고 한 ’부산’님이 누구신지 실명을 밝히라. 진심으로 사죄의 글을 올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게시글을 올렸던 네티즌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며 “(그 글은) 정부가 왜 가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진상규명도 하지 못하고 보상을 준다는 건지 너무도 억울해 통일부에 하소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항의는 계속됐고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지난 16일 다른 납북자가족단체인 납북자가족협의회 이옥철 회장이 이 글을 올렸다고 주장하면서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최 대표는 이 질의서에서 “억울하게 납치된 납북자를 월북자로 표현하고 음해하거나 피해구제법을 마치 보상금 몇 푼에 자존심을 팔아버리는 파렴치한 등으로 묘사했다”며 “납북자가족에 대한 음해.왜곡행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 측은 오는 26일 납북자가족협의회 사무실과 단체 회장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어서 단체 간 대립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납북자가족협의회의 이 회장은 19일 “게시글은 단체 회원 가운데 한 분이 올렸다”면서 “납북자 가족에는 여러 구성원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과민반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조만간 공개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낼 계획”이라며 “오해가 있다면 풀고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그러나 “30~40년 동안 피해를 받아온 가족에게 월북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어서 단체 간 갈등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단체 간 갈등이 납북피해자 지원법 제정 후 ’힘 겨루기’로 비쳐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지원법은 지원심의위원 중 1명을 납북자 및 관련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고 관련 단체에 사업비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으며, 두 단체는 최근 사단법인 창립총회를 갖고 통일부에 신청 절차를 밟아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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