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어부 최욱일 탈북…”천왕호 박상원 北에서 사망”

▲ 납북된 어부 최욱일씨와 부인 양정자씨 ⓒ조선일보

1975년 북한에 의해 납북된 어부 최욱일(67)씨가 31년 만에 탈북해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최씨의 탈북을 도운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조-중 국경을 넘어 현재 옌지(延吉)에 숨어 지내고 있다. 최 대표는 통일부를 통해 센양(瀋陽)주재 영사관에 이 사실을 알려 신변 안전과 조속한 귀한을 요구한 상태다.

최씨는 지난달 22일 함경북도 김책시 풍년리를 출발해서 24일 함북 회산에 도착, 25일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 탈북하는 과정에서 최 씨는 교통사고로 오른쪽 이마 위 8바늘을 꿰매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다.

사선을 넘은 최 씨는 지난달 31일 중국에서 마침내 부인 양정자(66)씨와 31년여 만에 해후(邂逅)했다. 양 씨는 최 씨를 조속히 입국시키기 위해 이달 3일 귀국했다.

천왕호 선원이었던 최 씨는 납북된 이후 1979년 북한 여성과 결혼해 1남1녀를 뒀으며, 함경북도 김책시 풍년리 농장에서 농장원으로 일했다. 당시 최 씨는 남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북한 당국의 갖은 감시와 열악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열악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1998년 남한의 가족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최 씨의 생사확인이 되면서 부인 양 씨와 납북자가족모임은 그를 탈북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최 대표는 “1998년 이후 최 씨를 탈북시키기 위해 부인 양씨와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지난해 9월 남한 가족들의 사진과 메시지를 보냈는데, 최씨가 이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씨의 신변 보호와 입국을 위해 통일부에 정식공문을 보냈다”면서 “그러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최 씨의 입국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씨에 의하면 함께 납북됐던 천왕호 선원 박상원씨는 김책시에 살다 1998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왕호 선원 33명 가운데 지금까지 귀환한 경우는 지난해 입국한 고명섭(63)씨가 유일하다.